[데스크 칼럼] 스테이블 코인과 외환시장 '왝더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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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작년 말 한 국제 행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규제받지 않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은 이름과 달리 불안정(unstable)하다." 달러 가치와 1 대 1로 연동하는 스테이블 코인이 무역 거래에 쓰이는 등 금융·외환시장을 파고들면서 기존 화폐를 구축(驅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한국 무역 거래 규모는 커지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을 통한 무역 거래 관련 규제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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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작년 말 한 국제 행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규제받지 않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은 이름과 달리 불안정(unstable)하다.” 달러 가치와 1 대 1로 연동하는 스테이블 코인이 무역 거래에 쓰이는 등 금융·외환시장을 파고들면서 기존 화폐를 구축(驅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당시만 해도 이 총재의 언급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내용 자체가 어려운 데다 스테이블 코인 문제가 한국과는 상관없는 ‘남의 나라’ 얘기라고 여겨서다.
금융·외환시장 복병의 등장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큰 일반 암호화폐와 다르다.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나 금 같은 자산에 가치를 연동한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은 이미 세계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통한다. 더 놀라운 건 시가총액 1위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를 발행하는 테더사의 미국 국채 보유량(976억달러)이다. 이미 독일(880억달러)을 제쳤고, 한국(1167억달러)마저 넘보는 규모다. ‘코인런’이 발생하면 테더사가 미 국채를 쏟아내고 자본 및 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스테이블 코인이 세계 각국의 무역 거래 결제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남의 나라’만의 일이 아닌 이유다.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한국 무역 거래 규모는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법인 계좌가 허용된 건 아니지만, 소규모 무역 거래를 하는 기업인 및 개인사업자가 개인 명의로 계좌를 터 스테이블 코인으로 수출·입 대금을 결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제 절차와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다. 정부 안팎에선 한국 무역 거래의 10%가 스테이블 코인으로 이뤄진다는 추정까지 나올 정도다(기자도 믿긴 어렵지만 정부 당국자의 말이 그렇다).
범정부 대책 마련 시급
문제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정부 부처와 유관기관 모두 관련 시장 통계는커녕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떳떳하게’ 외환시장의 복병으로 떠올랐다는 본지 보도가 나온 뒤에야 멍때리던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모양새다. 지금까지 국제수지, 외화보유액 등 거시경제 지표가 얼마나 왜곡됐는지 알 길이 없다. 앞으로 수출입 흐름을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스테이블 코인은 은행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자본을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국내외 자본 유출입 속도가 폭발적으로 빨라질 위험도 크다.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는 도박이고, 거래소를 폐쇄하는 게 목표”라던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시절(2018년)의 ‘쌍팔년도 도그마’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여러 선진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법인의 코인 계좌 등을 허용하는 추세다. 스테이블 코인을 통한 무역 거래 관련 규제도 마련 중이다. 이 시대 또 하나의 자산으로 코인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범정부 차원의 규제와 중장기 대응 방안을 하루빨리 내놔야 한다. 넋 놓고 있다가는 꼬리(코인)가 몸통(자본·외환시장)을 흔들어 넘어질 수 있다. 미적거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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