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로컬·경제] 경쟁의 도시소멸에서 협력의 도시재생으로
단순성에서 복합성 있는
도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18개 시·군 서로가 경쟁이 아닌
인접 시·군과의 협력을 통해
연합 정책을 적극 수립해야
1800년대 산업혁명은 동서양 간, 국가 간 그리고 도시 간 큰 격차(Great Divergence)를 만들어냈다. 다양한 문화와 산업으로 구성됐던 도시들은 각각의 특성을 극대화해 각자의 장점이 부각된 산업도시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마치 도시를 단일 생물로 대입시켜 그 생물의 장점을 더욱 강화하고 도시 브랜드로 홍보했다. 일제 강점기에 강원 남부의 태백·영월·삼척·동해·정선도 탄광도시라는 새 이름을 얻으며 한 가지를 잘하는 산업도시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강아지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호황이었던 탄광도시들은 1980년대 이후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급격한 쇠퇴의 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한때 12만 명의 태백시 인구는 현재 4만 명도 무너져 군 지역 평균 인구에도 못 미칠 정도이다. 폐광지역을 살리기 위한 특별법 제정 등 막대한 예산에 내국인 카지노 독점 영업권까지 주었지만, 인구 유출을 막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란 아직 쉽지 않다.
한 세대 또는 한 세기의 짧은 기준으로 본다면 도시는 한 두 가지의 장점으로 영속 가능하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달리기를 잘하는 도시, 컴퓨터를 잘하는 도시, 음식을 잘하는 도시 등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처럼 도시를 단일 생물체로 인식할 때 그 도시의 지속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그 도시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 두 가지 장점에 맞는 특징과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단일 기능으로는 강원 탄광지역의 사례처럼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가 매우 취약해 큰 도전에 직면했을 때 살아남기가 어렵다. 역사적으로 많은 특성화된 도시의 쇠락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우리의 도시들은 하나의 특징 또는 브랜드를 잡기 위해 오늘도 경쟁 중이다. 이미 전국에 특구가 없는 도시가 없을 정도로 무색해진 수십 개가 넘는 정부의 특구 사업 중 하나를 가져오기 위해 도시 내 금싸라기 땅을 사용하고,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는 사이, 도시의 복합성과 다양성을 위한 기본적인 도시 배양에는 손을 놓고 있다. 인접 도시와의 대중교통, 도시 내 대중교통, 도시 내 주거 격차, 빈집 증가, 수도권과의 교육격차, 청년 유출, 지역 기업 보육 등 중요한 이슈에는 소극적인 예산을 편성하며 임기 내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개발·시설사업에 집중하며 경쟁하고 있다.
산유국 대부분은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는 석유가 있음에도 현재를 위기로 판단, 다양하고 복합화된 도시로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관광·금융·기술 등 다양한 산업을 추가하고, 대중교통·교육·치안·도시 간 협력 등의 기본 이슈 해결에 많은 예산을 쓴다. 국가보다 더 큰 영속성을 지니는 도시의 가장 큰 자원이 다양성과 복합성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의 소멸하는 도시들은 서로의 특성을 공유, 광역교통 및 관광상품 연계 등으로 부족한 다양성과 복합성을 채우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미 도시가 갖고 있는 특성을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특성과 서로 간 경쟁을 강화하며 수십조 원을 쓰는 사이 강원특별자치도 전체로서는 여전히 인구가 줄고 지역내 총생산은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기에 도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첫째로 단일성에서 다양성으로, 단순성에서 복합성 있는 도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도시에는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도 있고, 컴퓨터나 음식을 잘하는 사람도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도시는 자족할 수 있는 다양한 산업들과 문화, 기능이 함께 성장해야 영속 가능하며, 외부 변화에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다. 한우, 박물관 도시 등의 브랜드 강화를 위한 예산만큼 그외 산업들도 자리 잡을 수 있는 예산이 함께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18개 시·군 서로가 경쟁이 아닌 인접 시·군과의 협력을 통해 연합 정책을 적극 수립해야 한다. 강원도의 경우 호수문화권 도시, 접경지역도시, 탄광도시, 동해안 등 연계가능한 자원과 지역적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단순화 시킨 예를 들면 춘천에서 관광객을 이틀 머무르게 하려고 운영도 안될 수많은 관광 거점을 만들며 경쟁하는 것보다 춘천에서 하루, 양구에서 하루 머무는 연계 정책 개발로 예산은 줄이면서도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의 대한민국 인구 예측을 보면 50년 후 대한민국의 인구는 3600만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이 경우 강원특별자치도는 인구 100만 명 이하의 청년이 거의 없는, 말 그대로 특별한 자치도가 될 것이다. 복합적이고 다양한 도시의 특성을 이해한 정책들과 시·군간 협력을 통해 50년 뒤에도 150만의 인구를 담은 지속가능한 강원특별자치도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 신정엽 신디자인랩건축사사무소 소장 △춘천 △춘천고 △예일대 건축학 석사 △한국도시설계학회 이사 △강원특별자치도 경관위원회 위원 △서울숲 ITCT 관리위원 △포항시 마이스산업지원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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