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공장에 이게 왜 필요해?”…허물고 부쉈더니, 놀라운 효과가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2024. 10. 15.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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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없애고 동선 효율화, 생산성 33% 올라
이훈 에바 대표(오른쪽)가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멘토와 함께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 = 에바]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불량률을 20% 낮췄습니다. 이제는 삼성전자 수준 이상의 품질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매출을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달 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차를 타고 10분간 달리니 에바(EVAR)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바는 탄생부터 삼성전자와 밀접한 연관을 맺었다. 이훈 대표를 비롯한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사내 벤처프로그램 C랩을 통해 설립한 전기차 충전기 업체이기 때문이다.

2018년 분사 이후에도 삼성전자와 협력을 이어왔다. 주문은 밀려드는데 캐파(CAPA·생산능력)가 부족하자 삼성에 손을 내민 것이다. 이 대표는 “월간 캐파를 1500대로 예상하고 공장을 셋업했는데 주문은 4000대까지 늘었다”며 “한정된 자원에서 효율을 최대화하고자 삼성전자 멘토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 지원을 거치면서 에바 생산성은 최대 33% 향상됐다. 삼성전자의 첫번째 조언은 ‘제조현장 동선 효율화’였다. 에바 공장이 지식산업센터에 있다 보니 제조시설 1~4호실로 칸막이로 나뉘어져 있었던 것이다. 에바가 제조시설 벽체를 허물자 회사 성장을 가로막던 장애물도 함께 사라졌다.

삼성과 함께 충전기 불량률도 크게 낮췄다. 벤츠 전기차에 탑재돼 있던 중국산 배터리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며 ‘전기차 포비아’가 한때 확산하던 상황에서 불량률 감소는 의미 있는 성과로 다가왔다. 이 대표는 “입고 검사 과정에서 불량률을 20% 낮췄다”며 “업계 평균 불량률이 2~3% 정도인데 에바 제품은 0.3% 수준”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근에는 화재 예방형 충전기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이 대표는 “과충전 상태에선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커진다”며 “에바 제품은 소비자가 100% 충전을 원하더라도 충전기가 알아서 80~90%대에서 멈추는 기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또 “배터리 상태·온도 등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서 분석·진단하는 솔루션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에바는 제조실행시스템(MES)을 도입해 효율화에도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엑셀에 수기로 입력해왔던 데이터를 MES에 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날 공장 한쪽에서도 MES를 통해 생산계획 대비 실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MES 없이 엑셀로만 데이터를 관리하다 보니 문제가 많았다”며 “기업 회계·물류 규모가 커지면 플랫폼 인프라도 함께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자동화 비율을 높아가며 최종적으로는 제조 효율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ES 도입으로 펌웨어 에이징 검증의 생산성도 높아졌다. 이 대표는 “모니터로 상황을 한 번에 파악하며 그래픽도 바로 그릴 수 있게 됐다”며 “예전에는 테스트 설비가 36대(12대x3)였으나 48대(16대x3)로 늘리면서 생산량을 높였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에바는 디테일도 함께 잡아냈다. 제함기를 설치해 박스를 자동 포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4~5명이 박스를 손수 접어서 주차장에 차곡차곡 쌓아뒀다. 그렇다 보니 제품을 생산하는데 많은 인력·시간이 소모됐었다. 이 대표는 “이제는 혼자서 박스를 포장하면 되기 때문에 대량 생산에도 쉽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가장 반기는 변화는 휴게공간 신설이다. 삼성전자 지원으로 에바가 공간 효율을 57% 끌어올린 덕분에 휴게공간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에바는 향후에도 스마트공장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MES를 전사적 자원관리(ERP)와 연계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데이터 연계성을 고도화시켜 부품 입고부터 완제품 출하까지 모든 데이터를 맞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통합 관리를 통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전산에 입력되기 때문에 재고량 파악부터 제품 입·출고를 빨리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의사결정 속도를 2배 이상 높여서 생산성도 향상할 것”이라며 매출을 2배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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