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유니폼 입고 출근한' 삼성 원태인 "김범석 삼진 잡고 자신감 얻어"[PO]
[대구=뉴시스]김주희 기자 =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24)이 3년 만의 가을야구에서 활짝 웃었다.
원태인은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쏠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2차전에 선발 등판해 LG 트윈스 타선을 6⅔이닝 7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묶어냈다.
긴 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막는 선발 투수 역할을 확실히 하고, 타선의 뜨거운 화력까지 지원 받은 원태인은 승리 투수에 이름을 올렸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도 원태인의 차지였다.
지난 13일 선발 데니 레예스의 6⅔이닝 3실점 1자책점 호투에 힘입어 PO 1차전을 선점한 삼성은 이날 배턴을 넘겨 받은 원태인의 역투로 2차전까지 따냈다.
이날 삼성은 10-5로 LG를 꺾으며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1승만 남겨뒀다.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홈에서 1, 2차전을 잡고 (3차전이 열리는) 잠실로 가는 게 목표였는데 레예스가 스타트를 잘 끊어줬다. 나도 자신감을 얻어 경기에 들어갔는데 바라던 대로 돼서 기분 좋다"며 활짝 웃었다.
원태인은 프로 입성 뒤 첫 포스트시즌에 나섰던 2021년 PO 2차전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구원 등판해 1⅓이닝 2실점에 그쳤다. 그해 삼성은 두산에 밀려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이날 호투로 원태인은 기분 좋은 가을 기억을 새로 썼다.
출발은 불안했다. 1회초 1사 후 신민재, 오스틴 딘에 연속 안타를 맞으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현수에 땅볼을 유도했지만, 홈을 허용하면서 선제점을 내줬다.
2회에는 안타와 볼넷 등으로 1사 2, 3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김범석을 삼진으로 잡고, 홍창기를 뜬공 처리하며 추가 실점은 막았다.
경기 초반을 떠올린 원태인은 "오랜만의 실전 경기라 힘이 넘쳐나는데 정교함이 떨어졌던 것 같다"며 "2회 김범석 선수를 삼진으로 잡으면서 엉켜있던 게 풀린 것 같다. 그 삼진으로 자신감이 올라오고 시즌 때 했던 피칭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후 호투를 이어가던 원태인은 6-1로 앞선 7회 안타 3개로 2사 만루에 몰렸다.
자칫 분위기를 상대에 넘겨 줄 수 있는 위기에서 원태인은 마운드를 구원 김윤수에게 넘겼다. 김윤수는 오스틴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중요한 역할을 깔끔하게 소화해낸 김윤수 만큼이나 원태인도 펄쩍 뛰며 좋아했다.
"(황)동재와 나, (김)윤수 형이 합숙 기간 보드게임을 함께하는 멤버"라며 멋쩍게 웃은 원태인은 "어제도 보드게임을 하면서 이런 상황이 오면 꼭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루에 오스틴 타석이 되면서 윤수 형이 올라와 막아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우리 팀에게도 정말 중요한 상황이었는데 상대 흐름을 끊고 승기를 굳혀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이번 시즌 15승(6패)을 올리며 개인 한 시즌 최다 승을 수확했다. 아울러 두산 곽빈과 함께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여기에는 한 가지 숨은 비결이 있었다. 원태인은 "전반기 막판에 너무 안 좋았다.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유니폼을 해외 배송으로 받았다"고 털어놨다.
메이저리그(MLB) 슈퍼 스타의 기운을 받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타니 유니폼을 입고 출근한 뒤 8승 1패 정도를 했다"며 "좋은 기운을 받고 싶어서 어제도, 오늘도 오타니 유니폼을 입고 출근했다"며 웃었다.
"대단한 선수의 기를 받았다. 스파이크도 오타니와 같은 것이다. 미신 아닌 미신인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며 미소지었다.
오타니의 유니폼은 남은 가을야구에서도 원태인의 홈 경기 출근길에 함께할 예정이다. 원태인은 "홈에서만 입고 출근하고 있다. 서울(PO 3, 4차전)이 끝난 후 다시 집에 가서 빨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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