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원태인, 23일 만에 등판해 역투 "김범석 잡고 자신감 얻어"(종합)
"정규시즌서 좋은 기운 받았던 오타니 유니폼 입고 출근"
(대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9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토종 에이스 원태인(24)은 유독 가을 야구와 인연이 없었다.
포스트시즌은 아니지만, 2021년 kt wiz와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비자책점) 역투를 펼치고도 팀이 0-1로 패해 패전 투수가 됐다.
그해 11월 10일에 열린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선 백정현, 최지광에 이은 3번째 투수로 출전해 1⅓이닝 동안 2피안타 3볼넷 2실점 했다.
당시 P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시즌 개막이 늦춰지면서 3전 2승제로 열렸고, 삼성은 2차전에서 져 가을야구에서 탈락했다.
그 경기는 원태인의 유일한 포스트시즌(PS) 등판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원태인은 이후 부진한 팀 성적으로 가을 무대를 밟지 못했고, 올해 삼성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면서 데뷔 후 두 번째 가을 야구에 나섰다.
원태인은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PO 2차전 LG 트윈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그가 프로 데뷔 후 PS 경기에서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건 처음이었다.
경기 초반 원태인은 다소 흔들렸다.
오랜 기간 실전 경기를 치르지 못한 탓인지 제구가 흔들렸다.
원태인은 지난 달 22일 키움 히어로즈와 정규시즌 경기를 끝으로 실전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14일 등판하려던 PO 2차전이 우천으로 하루 미뤄지면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원태인이 실전 경기 마운드를 밟은 지 23일 만이었다.
그는 1회 신민재와 오스틴 딘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오스틴의 강습 타구를 유격수 이재현이 잡지 못해 적시타로 이어진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원태인은 후속 타자 김현수를 내야 땅볼, 오지환을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1-1로 맞선 2회에도 흔들렸다. 그러나 대량 실점을 하진 않았다.
원태인은 문보경에게 우중간 안타, 박동원에게 볼넷, 박해민에게 희생 번트를 내줘 1사 2, 3루에 몰렸으나 김범석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진땀을 닦았다.
그리고 홍창기마저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3회엔 신민재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오스틴, 김현수, 오지환을 모두 범타 처리했다.
어느 정도 감각을 되찾은 원태인은 3-1로 앞선 3회부터 예전의 모습을 펼치기 시작했다.
선두 타자 문보경의 강습 타구를 직접 잡아 아웃 카운트를 늘렸고, 박동원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이후 발 빠른 박해민의 기습 번트를 빠르게 직접 잡아 1루로 뿌리며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그는 5회도 대타 이영빈과 홍창기, 신민재를 맞혀 잡으며 연속 이닝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원태인은 5-1로 달아난 6회에 상대 타자들을 범타로 유도하며 영리한 투구를 이어갔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원태인은 2사 만루 위기에서 김윤수에게 공을 넘겼고, 김윤수는 오스틴을 내야 땅볼로 처리하며 원태인의 부담을 지웠다.
원태인은 6⅔이닝 7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투구 수는 104개였고, 직구(40개)보다 변화구(64개)를 많이 던지며 범타 유도에 집중했다.
삼성은 원태인의 호투를 발판 삼아 LG를 10-5로 대파하고 PO 2연승을 달렸다. 원태인은 데뷔 후 처음으로 PS 승리투수가 되고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승리의 디딤돌을 놓은 원태인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랜만에 실전 경기를 치른 탓에 경기 초반 정교함이 떨어졌다"며 "(2회초 1사 2, 3루에서) 김범석을 삼진 처리하고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정규시즌 때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날 원태인은 야구장에 출근하면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는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고 와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올 시즌 초반 잘 풀리지 않을 때 오타니 유니폼을 입고 출근했는데, 이후 좋은 성적이 나왔다"며 "이번 PS에서도 좋은 기운을 받고자 어제와 오늘 오타니 선수의 유니폼과 스파이크를 신고 왔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자신이 만든 위기 상황을 잘 막아준 불펜 김윤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7회초 2사 만루 위기에서 구원 등판해 오스틴 딘을 범타 처리한 김윤수에 관해 "PO 1차전에서 (김)윤수형이 오스틴을 상대로 멋진 모습(삼구삼진)을 보여주지 않았나"라며 "어젯밤 대화를 하면서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막아달라고 부탁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오늘 경기에서 어젯밤 대화 내용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는데, 진짜 윤수형이 나오더라"라며 "중요한 상황이었는데 흐름을 끊어주면서 승리를 굳힐 수 있었다. 참 고마웠다"고 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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