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창’ 미쓰 김 대표···‘성별 임금 격차’ 28년 연속 OECD 1위 불명예 기록
15일 KBS1 ‘시사기획창’은 여성의 노동과 육아 문제를 조명했다.
‘결혼하면 사직하겠음을 서약합니다.’ 취직하기 위해 이런 각서를 써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1970년대 대한민국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그 시절 은행에 입사한 여성들은 이런 각서를 써야 했다. ‘결혼하고 회사 다니기’를 목표로 삼고, 마치 독립운동하듯 퇴근 이후 작전을 짜고 힘을 모아 마침내 각서를 없애버린 ‘워킹맘’ 대선배들의 삶은 참으로 혹독했다. 임신하면 미제 코르셋으로 배를 감추며 악착같이 버티며 일해야 했던, 이름도, 직책도 없이 그저 ‘미쓰 김’으로 불린 이들이다.
‘미쓰 김’들의 고군분투 이후 무려 반세기가 지났다. ‘여자가 무슨 공부냐’ 했던 시절을 지나 2005년부턴 오히려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을 앞질렀다. 그 뒤로 한 번도 역전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노동 시장에 뛰어든 여성들 삶도 달라졌을까. 2024년 회사는 여성을 환대할까? <KBS 시사기획창>은 부산대, 강원대, 고려대를 졸업한 03학번 공대생 111명을 추적 조사했다. 같은 학교, 같은 과를 졸업하고 출발선이 같았던 남녀의 삶이 출산, 육아기를 거치며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취업이 잘된다는 공대를 졸업한 03학번 남녀는 지금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2024년엔 여성들도 ‘미쓰 김’이 아니라 ‘김 대표’까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단, 전제 조건이 붙는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육아를 책임질 다른 누군가가 있다면.’ 1970년대 미쓰 김이 일터에서 겪어야 했던 불이익, ‘모성 페널티’는 2024년 김 대표에게도 고스란히 따라붙는다.
그 결과는? 28년 연속 OECD 1위란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는 성별 임금 격차이다. 조사 이후 늘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 ‘유리천장 지수’이다. 국가 소멸론까지 나올 정도로 현안이 된 ‘초저출생’이다. 이대로라면 인구 위기 대응도, 경제 성장도, 더 나은 삶도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다큐는 반세기 넘게 이어지고 있는 ‘워킹맘 잔혹사’에 대한 기록이자, 초저출생 ‘주범’이 돼버린 여성들의 속마음, 오늘도 출근길에 나서는 엄마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전히 가장의 무게를 두 어깨에 고스란히 짊어진 이 시대 아빠들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빼고 ‘저출생 위기 극복’이 가능할지 묻는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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