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 쿠팡 택배노동자 故 정슬기 추모기도회…"인간 도구화 멈춰야"
'기독교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출범
"최대이윤과 효율성이란 이름으로 인간을 도구화"
"안타까운 죽음 이면엔 '부당계약' 존재"
"절제의 훈련 통해 기꺼이 불편 감수해야"
'쿠팡 청문회' 국민청원 등 다양한 연대활동 예정
[앵커]
쿠팡 심야 로켓배송 업무를 해오다 지난 5월 과로로 숨진 고 정슬기 씨를 추모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개신교계 단체들이 어제(14일) 추모기도회를 열었습니다.
기도회 참석자들은 이익과 편리를 위해 택배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를 바꿔 나가자고 강조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잠실역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고 정슬기 씨의 추모 기도회.
150여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고 정슬기씨를 비롯한 쿠팡 산재 사망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쿠팡 심야 로켓배송 업무를 해오던 고 정슬기 씨는 지난 5월 자택에서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사인은 심실세동과 심근경색 의증. 대표적인 과로사 원인인 뇌심혈관 질환입니다.
네 아이의 아버지였던 고인은 평소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하루 약 10시간 30분, 주 6일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명백한 작업지시와 압박 정황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본사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며 줄곧 책임을 회피해왔고, 개신교계는 최근 시민사회와 대책위원회를 출범해 쿠팡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해오고 있습니다.
[최동빈 /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 사회선교모임]
"하나님 지금도 들리십니까. 대한민국 쿠팡 배달 노동자들이 로켓 배송의 연료가 되어 사라져가는 소리를 듣고 계십니까. 노동자들이 고강도 심야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 불의한 사회가 구원받길 바랍니다."
고 정슬기씨의 아버지 정금석 장로는 "남겨진 며느리와 네 손자를 바라볼 때마다 밀려오는 슬픔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아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함께 해주시는 기독교와 시민사회 대책위에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매년 2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다 목숨을 잃고 있다"며 "국가는 국민이 위임한 권한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기업을 감시하고 조사해서 생명을 살려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정금석 장로 / 故 정슬기씨 아버지, 수원성교회]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주시길 간절히 호소합니다. 오늘 저희 아들도 하늘나라에서 노동자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함께 기도할 것입니다."
설교를 전한 공명교회 황인성 목사는 "택배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최대 이윤과 효율성이란 이름으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을 도구화하는 우리사회의 악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누군가는 본인이 선택한 일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하는, 부당한 계약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황인성 목사 / 공명교회]
"우리의 노동 현실은 50여 년 전의 노동자들의 외침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합법적이고, 체계적이고, 제도화된 방식으로 깔끔하게 소외된 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보이지 않는 차별과 탄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대의 이익이란 이유로 맺어진 부당한 근로계약과 인간성을 짓밟는 악한 제도를 바꾸는데 함께 목소리 내야 합니다."
기도회 참가자들은 "일상에서 누리고 있는 빠르고 편리한 택배 서비스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가 안전·건강·노동권을 박탈당하고 있다"며 "절제의 훈련을 통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해 나가자"고 말했습니다.
[기도회 참가자]
심야 노동을 조장하는 '로켓 와우' 회원 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며, 우리도 회원제에 참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우리는 앞장서 정의로운 노동 현장을 만들어가는 일에 동참할 것이며, 이것이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일임을 함께 고백합니다.
한편 '고 정슬기씨와 함께하는 기독교와 시민사회 대책위'는 쿠팡 본사 앞 피켓 시위와 '쿠팡 청문회 개최' 국민 청원 등을 진행하며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다양한 연대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대책위는 "인간의 탐욕과 물질의 효율성에 저항하며, 이윤보다 생명이 중요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나가자"고 당부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정용현] [영상편집 김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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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오요셉 기자 alethei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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