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는 PO 판도를 뒤집지 못했다...‘메가 라이온즈포’만 다섯방 터뜨린 삼성, 9년 만의 KS행에 ‘8부능선’ 넘었다
지난 14일 달구벌을 흠뻑 적신 가을비도 2024 KBO리그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판도를 뒤집진 못 했다. 가을비도 소용없을 만큼 ‘메가 라이온즈포’가 연일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2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 직행한 삼성이 대구 홈에서 치러진 PO 2경기를 모두 잡고 기분 좋게 서울 잠실행 버스를 탔다.
PO 2차전은 당초 14일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하루 종일 내린 비로 인해 하루 순연됐다. 이는 LG에게 행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KT와 준플레이오프(준PO)를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르느라 지친 LG 선수단에겐 그야말로 단비였기 때문.
게다가 하루 휴식 덕에 2차전 선발을 디트릭 엔스 대신 손주영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호재로 평가됐다. 데뷔 8년차 만에 올 시즌 드디어 잠재력을 폭발시킨 좌완 손주영은 9승10패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하며 LG 마운드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KT와의 준PO에서도 2경기 7.1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이며 LG 투수진의 기둥 역할을 해낸 손주영이다. 여기에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한 ‘삼성 킬러’기도 했다. 엔스도 정규시즌에 삼성을 상대로 2경기 3.00으로 잘 던졌지만, 준PO 2경기에서 8.2이닝 7실점(7자책)으로 부진해 엔스에서 손주영으로 선발을 바꾼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박 감독 말대로 삼성 선수들은 손주영을 상대로 주눅 든 모습 없이 철저하게 공략해냈다. 팀 타선의 핵심인 구자욱이 1회 도루 과정에서 왼쪽 무릎 부상을 입고 교체되는 악재도 있었지만, 삼성 타선의 폭발력은 여전했다. 올 시즌 185홈런을 때려내며 팀 홈런 1위에 오르며 타자친화적인 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를 홈 구장으로 쓰는 효과를 톡톡히 누린 삼성은 PO 1차전에서 홈런포 세 방으로 LG 마운드를 초토화시킨 바 있다. 이날도 삼성의 대포는 펑펑 터지며 팀 홈런 1위팀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불펜이 다소 불안해 5점차 리드도 안심할 수 없는 삼성은 쐐기점도 홈런으로 만들어냈다. 7회 김헌곤이 투런포를 쏘아올려 PO 역대 9번째 연타석 홈런의 주인공이 됐고, 이에 질세라 디아즈도 솔로포로 10번째 연타석 홈런을 장식했다. 디아즈는 2경기 연속 홈런포이자 2경기에서 3홈런을 때려내며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반면 LG는 9회 박해민의 솔로포와 김현수의 3점 홈런이 터져나오며 10-5까지 따라붙었지만, 이미 승부를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삼성으로선 대구에서의 2연승은 최상의 결과지만, 마냥 웃을 순 없었다. 1회 도루 과정에 부상을 당한 구자욱의 검진 결과가 최악으로 나왔기 때문. 교체 직후 MRI 검사를 받은 구자욱의 검진 결과는 좌측 무릎 내측 인대 미세 손상. 3,4차전 출전은 어렵다는 진단이다. 과연 두 경기 연속 불타오른 삼성이 팀 타선의 리더이자 선수단 주장을 맡고 있는 구자욱의 부재 속에 잠실에서 한국시리즈 진출 확정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대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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