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과 5·18 국가 폭력 참상, 한국사 넘어 세계사 속으로

정원식 기자 2024. 10. 1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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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 문학상 수상’ 역사적 의미
소설 배경 된
현대사의 비극
외국인도 공감
“유산 등재 등
큰 도움 기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4·3항쟁과 5·18민주화운동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국가 폭력의 참상을 보여주는 세계사적 사건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진오 상명대 명예교수(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는 “4·3의 전국화와 세계화는 유족과 관련 단체들의 오랜 염원이었지만 여전히 4·3을 잘 모르거나 4·3이 좌익 폭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번 수상을 통해 4·3의 비극을 한국을 넘어 세계가 공감하는 계기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노벨상 수상은 제주도가 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뤄져 더욱 주목된다. 제주도는 지난해 2월 등재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킨 데 이어 지난 14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4·3 기록물과 사진 및 영상 전시회를 열고 있다. 16일부터는 영국 런던에서도 전시와 심포지엄이 열린다.

전시 개막일에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댄 스미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장은 “제주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뛰어난 소설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면서 “오늘날 제주는 처음 50년의 침묵 이후 최근 25년간 진실을 살피는 과정이 감동적이라는 점에서 기억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한 작가는 노벨상 수상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궁금해할 전 세계 독자들을 향해 “<작별하지 않는다>부터 시작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4·3중앙위원회 위원)는 “4·3 당시 생성된 자료뿐 아니라 그 이후에 만들어진 2차·3차 자료들도 중요하다”면서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는 내년에 결정된다.

5·18은 세계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노벨 문학상 효과에 힘입어 5·18 비극에 대한 더 넓고 깊은 관심이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민병로 전남대 5·18연구소장은 “한강 작가의 주요 작품 중 하나가 <소년이 온다>라는 점에서 5·18은 국내를 넘어 세계인들의 관심사가 됐다고 본다”면서 “오는 12월 국내 거주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5·18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었는데 아주 좋은 시점에 노벨상 발표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희송 5·18연구소 전임교수는 “노벨상은 한국이라는 동아시아 변방 국가에서 국가 폭력을 딛고 민주주의를 일구기 위한 시민들의 헌신과 희생을 세계가 인정해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문학작품은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소년이 온다>가 5·18을 세계에 제대로 알려주는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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