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윤석열이 홍준표보다 2% 앞서게 해달라”…대선 여론조작 정황
‘특정 연령 표본 부풀리기’ 지시
후보 확정 후에도 조사 관여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시 후보이던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명씨는 대선 직전에도 윤 대통령 지지도가 높은 특정 연령 표본을 부풀리는 등 여론조사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가 15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명씨는 2021년 9월 미래한국연구소의 직원이던 강혜경씨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당시 경선 후보이던 홍준표 대구시장보다 2~3%포인트 높게 나오도록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명씨는 2021년 9월29일 강씨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달라”며 “그 젊은 애들 있지 않냐.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 홍(준표)보다 (윤석열이) 더 나오게 해야 된다”고 말했다.
명씨는 당시 젊은층 사이에서 윤 대통령보다 홍 시장의 지지도가 더 높은 상황을 고려해 조사에 응답한 20~30대 표본 전체가 아니라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젊은층 표본만 인위적으로 키우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한국연구소가 전국 성인 남녀 2038명을 대상으로 2021년 9월29일 하루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적합도에서 윤석열 33.0%, 홍준표 29.1%, 유승민 12.4% 순이었다.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의 격차는 3.9%포인트로 명씨가 지시한 2~3%포인트 수준이었다. 강씨는 뉴스토마토에 해당 여론조사는 미공표 자체 조사였다며 “(공표가 아니라) 윤 대통령 보고용”이라고 밝혔다.
앞서 홍 시장은 명씨가 대선 후보 경선 시절 윤 대통령 측에 붙어 여론조작을 했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명씨가 윤(석열) 후보 측에 붙어 여론조작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며 “명씨가 조작해본들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명, 윤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50~60대 샘플 늘어나게 해
명씨는 이날 SNS에서 “홍 시장님, 진짜 자신 있으세요? 그만하세요, 망신당하지 말고?”라고 했다.
명씨는 윤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후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뛰던 시절에도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미공표 여론조사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는 이날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확보한 2022년 2월28일 명씨와 강씨로 추정되는 A씨의 통화 녹취를 보도했다. 명씨는 통화에서 “이게 연령별 득표율을 하면 더 60세나 이런 데 다 올라가지? 윤석열이가”라고 말했다. A씨가 “네”라고 답하자 명씨는 “그거 계산해 갖고 넣어야 된다”고 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같은 날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주제로 벌인 전국 단위 자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실제 인구 구성비를 적용한 통상적인 여론조사 결과와 별개로 ‘19대 대선 투표율 가중치’를 적용한 분석값이 나온다. 이 가중치를 적용하면 명씨 말대로 50~60대의 샘플 비율은 늘어나고 20~40대의 샘플 비율은 줄어드는 결과가 나온다. 여론조사 결과값을 보면 통상적인 조사 방식과 비교했을 때 윤 대통령 지지율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경향신문은 해명을 듣기 위해 명씨와 강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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