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강과 노벨 문학상 그리고 인문학
소설가 한강이 올해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반만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어난 꽃처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선사된 감격스러운 선물이며, 위로이자 축복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에 대해 “한강의 작품세계는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는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며, 그녀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라고 밝혔다.
2016년 5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영미권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했을 때, 나는 한 칼럼에서 “그녀의 작품에서는 문화인류학적 따스한 정서인 인류애를 진하도록 느낄 수 있으며, 이것이 세계인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한민국의 가슴 아픈 거친 역사의 단면인 제주 4·3사건이나 광주 5·18민주화운동과 같은 우리 민족의 삶과 죽음의 서사에서 인류 보편적인 휴머니즘의 실타래를 씨줄·날줄로 연결하여, 세계인의 이야기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근원적으로 그녀에게 사람의 본질을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인문학적 감성이 풍부하기 때문일 테다. 한강이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언제나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그리고 산다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며, 인간이라는 주제가 자신이 소설을 쓴 동력이라고 밝힌 것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인문학의 위기를 말해왔다. 그런 속에서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인류애를 추구하는 인문학이 우리와 세계 공동체의 보편적 유대감 형성에 얼마나 큰 가교 역할을 하는가를 인식할 수 있는 전환적 계기가 될 것이다. 인문학은 순수학문이자 기초학문으로서 사람이 사람답게 생활하는 데 필요하며, 모든 학문의 토대를 이루는 상상력과 창조성의 기초를 제공한다. 또 단순한 수치상의 정량적 기준보다는 다양한 변수와 변화를 포괄하는 정성적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하며, 지식이 아닌 가치를 추구하도록 도와준다. 문학과 철학, 예술과 같은 다방면의 인문학 지식은 마음속에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을 가져다 준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사고체계는 공동체 구성원들과의 신뢰와 협력으로 이어진다. 인문학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의 원천인 것이다.
한동안 우리 사회에선 한강의 작품들이 신드롬을 일으킬 것이다. 특히 미래를 이끌 우리 아이들은 최고의 문학적 가치를 평가받은 그녀의 작품을 학습 목적으로도 열심히 읽을 것이다. 한강의 작품을 비롯해 철학, 과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영역의 양서들이 더 많이 읽혀지길 바란다.
세계적 미래학 리더인 롤프 옌센은 저서 <꿈의 사회>에서 우리 사회는 결국 상상과 협력의 가치를 사고파는 꿈의 사회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 꿈의 사회에서 인류를 행복한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존재 자체로 감사하고 포용하고 사랑하며, 인류 번영을 위한 혁신적 상상력으로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만드는 인문학적 소양이다. 알퐁스 도데의 ‘별’을 읽고, 윤동주의 ‘서시’를 읽으며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이가 결국 어려운 이웃의 손을 따스히 잡을 수 있으며, 또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우주선을 창조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진보와 보수의 첨예한 이념적 갈등에 놓인 대한민국 국민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회복 탄력성 있게 미래를 향해 함께 손잡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공동체 정신세계 기저에 휴머니즘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한강이 쏘아올린 인문학의 화살이 우리 대한민국을 감성적 따뜻함과 창조성이 가득한 행복의 나라로 안내하길 소망한다.
배기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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