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품 등 국내 도서 7500여종, 해외 도서 사이트서 불법 유통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품을 포함한 국내 출판물이 해외 불법 도서 사이트에서 버젓이 유통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출판물 출판권과 저작권 보호 기관인 한국저작권보호원은 해당 사이트에 대한 검색 제한 요청을 포털사이트에 하지 않는 등 허점을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저작권보호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 중인 A도서 사이트에 국내 출판물 1만6920개가 올라와 불법 유통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언어·파일형식 등에 따라 중복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불법 유통 출판물은 7500여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료로 이용이 가능한 이 사이트는 기부 형식으로 돈을 받아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사이트 출판물 중에선 최근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대표 소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의 한국어·중국어판 전자책도 올라와 있었다. 간단한 회원 가입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내려받거나 열어 볼 수 있다. 이날 해당 사이트에 가입해 <소년이 온다> 열람을 시도했더니 전문을 모두 무료로 볼 수 있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출판사가 신고해 내려받을 수 없다고 안내돼 있었다.
A사이트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일본 등 전 세계의 도서 출판물을 공유하고 있었다. 미국 연방검찰청 뉴욕동부지청 홈페이지를 보면 2022년 11월 러시아 국적의 20~30대 2명이 이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기록돼 있다. 이후 이 사이트는 한동안 폐쇄됐다가 지난해 운영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A사이트가 해외에서 운영 중이라 국내에선 수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접속이 제한돼 있지 않아 사이트 이름만 알면 검색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접속할 수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다른 불법 영상 사이트와 달리 A사이트에 대해 구글 등 포털사이트에 검색 제한 요청을 하지 않았다. 구글 검색 제한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접속을 차단한 사이트 중에서 요청할 수 있는데, A사이트는 방심위의 차단 사이트 목록에 포함되지 않아 검색 제한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저작권보호원은 설명했다.
양 의원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출판계가 도약의 기회를 맞이한 지금, 저작권 보호를 강화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을 주문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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