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존경하면 괴롭힘 없어” 눈물 터진 하니…“이번 일로 많은 생각”

김동환 2024. 10. 1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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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뉴진스 하니와 김주영 어도어 대표 출석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와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 겸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의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출석은 두 사람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마무리됐다.

이날 오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 소속 기관 등에 대한 환노위 국감에 증인으로 나온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안호영 환노위원장 질문에 “발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입을 뗐다. 이어 “오늘 여러 위원들께서 지적하신 사항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말씀해주신 사항을 잘 새겨듣고 돌아가서 잘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하니를 비롯한 아티스트들의 인권 보호를 다짐하면서는 “아티스트들이 갖고 계신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고도 했다. 더 좋은 기업을 만들어 사회에 보답하겠다며 “케이팝을 아껴주시는 분들께도 보답하는 마음으로 더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그는 잠시 감정이 올라온 듯 울먹였다.

김 대표에 이어 마지막 발언 기회가 주어진 하니는 “이 자리를 만들어주신 국회의원들께 감사드린다”며 “이 자리는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자리”라고 재차 강조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이번 일을 겪으며 많이 생각했는데,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법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며 “그래도 인간으로서 존경하면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다”고 하니는 덧붙였다.

‘인간으로서 존경’ 언급 대목에서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인 하니는 “이 일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며, “호주대사관도 저를 걱정해 부모님께 연락해주시고, ‘도움을 주겠다’던 연락만으로도 감사했다”고 인사했다. 그의 발언은 “제가 만약에 여기 또 나와야 한다면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나오겠다”는 말로 마무리됐다.

안 위원장은 “진상을 밝혀서 이번 일이 갈등을 키우는 계기가 아닌 더 협력이 강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며 “하이브가 케이팝의 대표 기업인데 케이컬쳐를 잘 선도하는 기업이 되도록 의지를 갖고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고, 김 대표도 ‘깊이 새기겠다’고 답했다.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 겸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하니는 지난 11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하이브 사옥 복도에서 대기 중 지나가는 다른 연예인과 매니저에게 인사했는데 해당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영상을 본 한 뉴진스 팬이 ‘하이브 내 뉴진스 따돌림 의혹은 실체적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며 국민신문고를 통해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했고, 환노위 국감 참고인으로 채택된 하니는 멤버들과 팬들을 위해 홀로 출석하겠다고 알렸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하니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냐 아니냐가 관건이다. 근로기준법은 상시 5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데, 연예인의 경우 근로자성을 두고 해석이 엇갈렸다. 고용부는 2010년 연예인을 근로자보다는 전속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예외대상자’라고 판단했었다.

다만, 시민사회단체 직장갑질119는 하니의 주장을 토대로 이번 사안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고용부는 ‘상사나 다수 직원이 특정한 직원과 대화하지 않거나 따돌리는 이른바 집단 따돌림, 업무수행과정에서의 의도적 무시·배제 등 행위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간 행위’라고 설명했다”며 “담당 매니저가 하니의 인사를 무시하고 다른 이들에게 뉴진스 멤버들의 인사를 무시할 것을 주문했다면 이러한 행동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연예인의 근로자성에 관해서도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소속사의 지휘, 감독을 받으며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뉴진스 멤버들도 일응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며 “나이가 적은 아이돌의 경우 소속사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직장갑질119는 부연했다.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주영 어도어 대표의 답변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감 질의자인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노동자’ 목소리를 냈다는 측면에서 하니의 국감 증인 출석 의미를 높게 평가하고 응원 메시지까지 건넸다.

정 의원은 “목소리와 표정, 말 등에서 ‘우리는 인간이잖아요’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에 울컥해지기도 하고 마음이 촉촉해진다”며 “엔터업계에서 ‘우리도 노동자, 인간이잖아요, 사람이잖아요’라는 목소리를 낸 역사적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용기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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