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연명치료 거부 서약

이은정 기자 2024. 10. 1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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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안락사 논쟁이 본격화한 것은 1975년 캐런 퀸란 사건이었다.

그러다 2009년 대법원이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경우 자신의 사전 의료지시나 환자 가족이 진술하는 환자 의사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하려면 우선 회복 가능성이 없고 임종 직전이란 의사 판단을 받아야 한다.

그가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한 후 한 일이 연명치료 중단 의향서 작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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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안락사 논쟁이 본격화한 것은 1975년 캐런 퀸란 사건이었다. 당시 21세였던 퀸란은 환각성 약을 먹고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 산소호흡기에 의해서만 연명이 가능한 식물 인간 신세가 된 것이다. 퀸란의 아버지는 의사로부터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품위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생명유지장치를 떼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이를 거절했고 이 문제는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다음 해 3월 뉴저지주 대법원은 산소호흡기를 떼도록 판결했다.


우리나라에선 1997년 인공호흡기를 떼면 사망할 것이 분명한 환자를 보호자 요구로 퇴원시킨 의사가 살인방조죄로 처벌받았다. 이후 의료진이 형사처벌을 두려워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는 사례가 많다는 논쟁이 이어졌다. 그러다 2009년 대법원이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경우 자신의 사전 의료지시나 환자 가족이 진술하는 환자 의사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6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일명 존엄사법)이 제정됐다.

임종을 앞두고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가 지난해 연간 7만 명을 처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망자 중 차지하는 비율도 처음으로 20%를 웃돌아 2018년 존엄사법 시행 후 5년 만에 제도가 정착되고 있다. 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하려면 우선 회복 가능성이 없고 임종 직전이란 의사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후 환자나 가족이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의료진에게 전해야 한다.

최근 건강할 때 사전 연명치료 중단 의향서를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난 6월 말 현재 244만 명이 넘었다.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나 각종 의료장비를 몸에 달고 생명을 연장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5년 전 죽음의 문턱에 있던 지인은 두 달간 연명치료를 했다. 그가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한 후 한 일이 연명치료 중단 의향서 작성이었다. 가족들의 바람과 달리 환자는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실제로 의향서를 작성해도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게 효도라고 여기는 가족 때문에 마음을 돌리는 사람도 있다.

내년이면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그만큼 품격있는 죽음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편안하게 생을 마감할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돼야 할 때가 아닐까.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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