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정보 홍수 속 독서의 가치와 미래를 재조명하며
우리는 클릭 몇 번만으로 전 세계의 소식과 무수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전자기기를 통해 재생되는 다양한 영상과 콘텐츠가 일상을 점령하고, 인터넷 세계는 24시간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흥미롭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오늘날, 책은 더 이상 정보와 지식의 주된 통로가 아닌 시대를 맞이했다. 과거, 지식과 흥미를 제공하는 매체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책의 위상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점차 약화되고 있다.
책은 여전히 E-book, 오디오북 등으로 변형되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종이책을 중심으로 한 독서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67.8%, 학생의 80%가 ‘책 읽기가 사회생활이나 학교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지만 정작 ‘독서를 좋아한다’는 응답은 성인 22.7%, 학생 40%에 불과했다. 반면, ‘독서를 싫어한다’는 응답은 성인 40.7%, 학생 22.8%로 나타나 독서의 효용성은 인지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독서가 생활 속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한국의 독서율은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6년 동안 매 2년마다 6, 7%씩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1990년대 80%에 육박하던 독서율은 현재 40%대로 급락했으며, 이대로 독서하지 않는 문화가 계속된다면 한국의 독서문화는 머지않아 소멸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독서가 왜 중요한가? 첫째, 책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사고와 지식 축적을 가능하게 한다. 오늘날 빠르게 소비되는 짧은 정보와 달리, 책은 복잡한 개념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깊은 사고를 발전시킬 수 있게 해준다. 둘째, 독서는 감정을 풍부하게 하고 공감 능력을 키워준다. 소설이나 문학 작품을 통해 다양한 인물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타인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을 배울 수 있다. 셋째, 독서는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집중과 몰입을 경험하게 하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넷째, 독서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한다. 이러한 상상력은 현실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 사고를 강화하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이처럼 책을 읽는 행위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 깊이 있는 사고, 감정적 풍요로움, 정신적 건강, 그리고 창의력을 증진시키는 필수적인 활동이다.
공리주의 사상가인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저서에서 “배부른 돼지가 되기보다 배고픈 인간이 되는 편이 낫고, 만족하는 바보가 되기보다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낫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쾌락만을 추구하며 무지하게 만족하는 삶보다 비록 고통스럽더라도 고뇌하고 지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삶이 더 가치 있음을 강조한 말이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바로 이러한 지적인 삶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출판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학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은 여전히 유튜브 쇼츠와 같은 짧고 강렬한 영상 콘텐츠의 위협을 받고 있다. 빠르고 강렬한 정보의 소비가 일상이 된 현대사회에서 종이책은 길이와 접근성에서 밀리며 점점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는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독서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인간의 지적 성장과 감정적 풍요로움을 증진하는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남의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보내라. 남이 고생한 것에 의해 쉽게 자신을 개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라고 말하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지혜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가을, 독서를 통해 지적 성장을 도모하고 내면을 풍요롭게 만드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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