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12> 조선 전기 함양 출신 유호인이 천왕봉에 올라 읊은 시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2024. 10. 15. 19:2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천왕봉에 올라 온갖 신선들에 예를 표하니(天王峯上揖群仙·천왕봉상읍군선)/ 순식간에 환한 빛 구름안개 사이로 날아오르네.

위 시는 경남 함양 출신 문사인 뇌계(㵢溪) 유호인(兪好仁·1445~1494)이 1472년 스승 김종직(金宗直)과 함께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지은 '두류가(頭流歌)' 9수 중 여덟 번째 작품으로, 그의 문집인 '뇌계집(㵢溪集)' 권 2에 있다.

유호인이 천왕봉에 올라 산신들에게 예를 올리니 운무가 자욱해 사위 분간이 안 되다가 갑자기 환해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금을 우러르고 굽어봐도 눈 아래에 있을 뿐(俯仰今古只眼底·부앙금고지안저)

천왕봉에 올라 온갖 신선들에 예를 표하니(天王峯上揖群仙·천왕봉상읍군선)/ 순식간에 환한 빛 구름안개 사이로 날아오르네.(須臾閃爍飛雲煙·수유섬삭비운연)/ 고금을 우러르고 굽어봐도 눈 아래에 있을 뿐(俯仰今古只眼底·부앙금고지안저)/ 한 세상의 모든 것 부질없이 아득하여라.(一區萬象空蒼然·일구만상공창연)

위 시는 경남 함양 출신 문사인 뇌계(㵢溪) 유호인(兪好仁·1445~1494)이 1472년 스승 김종직(金宗直)과 함께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지은 ‘두류가(頭流歌)’ 9수 중 여덟 번째 작품으로, 그의 문집인 ‘뇌계집(㵢溪集)’ 권 2에 있다. 유호인이 천왕봉에 올라 산신들에게 예를 올리니 운무가 자욱해 사위 분간이 안 되다가 갑자기 환해졌다. 모든 것이 눈 아래에 있고, 세상일이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왕봉은 어느 방향에서 오르든 힘이 든다. 가장 힘든 코스는 산청군 중산리에서 오르는 길이다. 천왕봉 정상에 설 때 기분은 쾌감 그 자체다. 땀을 많이 쏟기 때문이다. 유호인의 말 대로 정상에서 바라보면 삼라만상이 모두 아래로 보인다. 또한 산 아래에서 남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살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필자는 지난 4, 5일 노고단에서 벽소령까지, 9, 10일 천왕봉에서 벽소령까지 나눠 2박 4일간 ‘성중종주’를 했다. 천왕봉에는 지난 10일 오후에 올랐다. 정상 아래는 운무에 가려 있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천왕봉에는 30여 차례 오른 것 같다. 대학생 때 10여 차례, 신문사 재직 때 10여 차례 올랐다. 30대 후반에는 10년간 해마다 천왕봉 일출 사진을 찍는다고, 그 전날 중산리에서 정상에 올라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웠다.

면암 최익현(崔益鉉)은 시 ‘천왕봉(天王峰)’에서 “하늘과 땅이 처음 열린 게 어느 해였던가?(乾坤初闢在何年·건곤초벽재하년)/ 두류산을 준비하여 저 하늘 떠받쳤네.(準備頭流擎彼天·준비두류경피천) …”라며, 두류산이 하늘을 떠받친다고 표현했다. 천왕봉은 1915m로,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너무 힘들어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리산은 삼신산(三神山) 중 하나인 방장산(方丈山)으로도 불린다. 조선 시대에는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