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61> 시니어패션그룹 아저씨즈 멤버 김재우

고영삼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 2024. 10. 1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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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중반을 넘어서면 한 번쯤 '인생전환'을 생각하게 된다.

평일에는 쇳가루 튀는 공장의 용접공이지만 주말에는 빛나는 시니어 패션모델로 활동한다.

절묘한 인생전환이랄까, 더블 킥이 아닐 수 없다.

-인생 후반전에 드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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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엔 용접공, 주말엔 ‘팔로워 10만’ 시니어모델

- 용접공으로 일하다 제조사 차려
- 축구클럽 활동중 패션쇼 첫 참가
- 무대 짜릿함 느껴 전문모델 도전
- ‘아저씨즈’ 그룹서 5년째 활약중

- ‘끝사랑’ 등 출연…틱톡 1억뷰까지
- “투잡? 남들보다 5배 더 노력하죠
- 목표 쫓다 과정의 행복 잃지말길”

◇ 김재우의 이모작 귀띔

- 자기에게 즐거운 분야를 찾아 5배 이상 노력하라

오십 중반을 넘어서면 한 번쯤 ‘인생전환’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전환다운 전환을 맞이하기는 어렵다. 인생 후반전이라 해도 살아온 생활양식을 바꾸기는 어렵다. 하긴 구약성서에 ‘태양 아래 새로운 것 없다’는 말씀도 있거늘, 짧디짧은 한 평생에 새로운 전환이 얼마나 가능하겠는가.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된 분을 만났다. 평일에는 쇳가루 튀는 공장의 용접공이지만 주말에는 빛나는 시니어 패션모델로 활동한다. 절묘한 인생전환이랄까, 더블 킥이 아닐 수 없다. 그가 경영하는 대구의 용접공장을 방문했다.

패션모델 김재우가 아저씨즈 맴버들과 함께 금요일 정모와 영상 촬영을 마친 후 경쾌한 차림으로 인증샷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정승훈 박성만 김재우 이정우 지성언.

최근 JTBC 방송 ‘끝사랑’에서 좋은 활동 보여주시더군요.

▶(웃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보시고 연락을 주셔서 대중매체의 힘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인이 권해서 나갔는데, 말을 좀 버벅거려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더 받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시니어 패션모델로 맹활약하시는데,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거죠?

▶팔로워 49만 명을 가진 ‘더뉴그레이’라는 곳에서 ‘아저씨즈’ 멤버로 5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젊은 친구들과 릴스 틱톡 영상을 찍었는데, 1억 뷰 이상 조회수가 터졌거든요. 이게 저에게 새로운 계기가 되어서 인플루언서에도 도전하고, 광고 모델로도 더욱 인지도를 갖게 됐어요.

이번에 만난 이는 이색경력을 가진 분이다. 김재우(59) 시니어 패션모델. 인스타(_jaewoo)에서 팔로워가 10만 명이 훨씬 넘어 목하 핵인싸로 떠오르고 있는 이다. 그는 현재 시니어 패션모델로 활동 중인데 공식 직업이 웬걸, 용접공인지라 인생전환, 완전 반전이다.

-현재 용접 관련 제조기업을 운영하고 계셔서 반전이군요. 어떤 일을 하세요?

용접공 김재우가 공장에서 일을 하는 모습.


▶저는 현재 대구에서 제관 용접과 주조설비 부자재를 생산하는 제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조그마한 회사인지라 제가 평일에는 공장에서 용접 일을 하면서 경영도 하지만, 주말에는 서울을 오가며 모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회사 경영자인데요, 용접 일은 언제부터 하신 건가요?

▶대학 졸업 후 현장에서 용접 일을 했는데, 당시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 야간에는 폴리텍대학 특수용접 2년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용접공으로 지내다가 2007년 이 회사를 차렸어요.

-시니어 모델로 활동이 대단하시던데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저는 대구FC 엔젤클럽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 인연으로 2019년 9월 ‘대구패션문화페스티벌 앙드레김옴므 패션쇼’에 나갔어요. 그때 짜릿한 만족감을 느껴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짜릿했다는 것이 어떤 뜻인가요?

▶글쎄요. 정확히 표현하기 힘든데요. 무대 경험이 없었기에 초반 시간에는 정신없었는데, 끝날 시점이 되니까 관객들이 보이고, 날개가 펴지는 멋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시간을 계속하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오더군요. 날마다 공장에서 쇳덩이만 잡고 일해오던 제게 조명이 들어온 선물 같은 경험이었어요. ‘패션모델 분야에서 나의 한계까지 가볼까?’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연이어 있었던 어떤 대회에서는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집중 훈련을 했고, 11월에 한국모델협회의 ‘제1회 시니어모델대회’에 나갔고, 12월에 ‘더 룩 오브 더 이어 클래식(The Look of The Year Classic)’의 시니어모델 본선에 올라 ‘라인상’을 수상했죠. 그 뒤에는 연속해서 여러 차례 앙드레김옴므 패션쇼에 참가했습니다. 2020년 봄에는 아저씨즈 멤버가 되었는데, 열렬한 환호가 일어나 그 뒤 다양한 패션쇼에 나가고 있죠.

25년 이상을 전문 용접 맨으로 살아온 그는 이렇게 우연히 선 패션 무대에서 순정의 자유를 느꼈다. 그리고 연거푸 뜨면서 SNS의 핵인싸가 되었다. ‘순식간’에 일약 스타덤이 된 것.

-지금 광고도 엄청 들어 온다던데, 어느 정도인가요? 그리고 절도 있고 세련된 런웨이 워킹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 방법으로 훈련하시나요?

▶(웃음)엄청 많은 것은 아니구요, 다양한 분야를 한 번씩 경험한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상업광고 정부 기관의 영상 등 국내외 방송에 두루 50여 곳은 출연한 것 같아요. 최근에는 아주 유명한 대기업의 광고 촬영도 마쳤어요. 처음에는 옷도 잘못 입고 부족한 게 많았는데, 노력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400벌 정도 옷은 한 벌 한 벌 매주 매장에 가 고민하고 공부하며 산 것들이에요. 코디하는 법을 익히고, 걷는 법, 포즈 잡는 법 하나하나 그냥 배워진 게 없어요.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배움이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몸치를 벗어나려고 셔플댄스도 배우고 있습니다. SNS를 위한 동영상 편집법도 계속 놓지 않습니다.

-제조회사 하나도 운영하기 어려울 것인데, 어떻게 ‘투잡’이 가능하신가요?

▶저는 평생 용접 일만 해왔기에 매체에서 하는 언어가 어색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재능이 더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연습만이 살길이라 생각하고 5배 정도는 더 노력합니다. 어떤 때는 일주일에 두 번 서울을 오가며 쓰러질 정도로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군대 생활에서 익힌 강인한 정신력과 회복탄력성으로 신나게 하고 있죠.

대구와 서울을 오가는 고된 일정이 가능한 이유를 묻자, 특수부대 출신으로 그때 죽을 만치 고된 훈련을 받은 끝에 체화한 강인한 정신력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남자들에게 군대 생활은 강한 멘탈의 근간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용접공 출신이 아예 다른 세계인 패션모델계로 진출하시면서 느낀 것도 많죠?

▶처음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좋았죠. 대구 촌놈으로 그간 살아왔는데, 멋지게 변화하는 제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즐거웠습니다. 지금까지 대구와 서울을 오가면서 일이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에 고생스럽단 생각을 하지는 않아요. 저에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고, 인간 김재우의 가능성을 열어줘서 감사할 뿐입니다. 그런데 어느 분야든 절대 그냥 되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진심을 가지고 노력하다 보면 기회는 열린다는 사실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SNS에서 핵인싸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대중들은 왜 모델 김재우를 좋아할까요?

▶용접공 출신의 패션모델이니 신기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이래서 날 좋아하신다, 저래서 날 좋아하신다고 판단한 시절도 있었는데요. 큰 프로그램에도 나가보고, 더 멋지신 분들을 만나다 보니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만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도전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이는 인간 김재우를 성장형 캐릭터라 한다. 경상도 말씨의 진실한 느낌의 아저씨. 처음엔 화면에서 약간 서툴기도 했지만 갈수록 나아지는 용접공 출신의 시니어 패션모델.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본다면 대중들은 그의 변신과 성장을 보며 자신의 꿈을 투사한다고 할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신가요?

▶지나친 욕심에 휘둘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돈을 바라보고 패션모델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인간 김재우가 정말 경험하고 싶고, 성장하고 싶은 것을 도전하며 살고 싶어요.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매일, 오늘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더 성장할 것이고, 훗날 한국을 넘어서 글로벌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요? 그 정도의 방향성만을 가지고 오늘을 놓치지 않고 나아가고 싶습니다.

-인생 후반전에 드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자신에게 행복한 어떤 것에 도전하는 과정을 즐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패션모델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 자체가 즐거웠어요. 대구에서 서울에 갈 때 설레는 마음이 컸어요. 그게 또다시 대구로 돌아와 열심히 살게 되는 원동력이 됐구요. 거창한 목표는 마음속에 있지만, 그 목표 때문에 작은 성취를 이룬 오늘을 평가절하하는 일은 없어요. 거창한 목표는 그것대로 있고, 오늘의 작은 성공도 저에게는 행복한 기쁨이거든요. 부족한 게 있을 때 정직하게 공부하고 경험하고 노력하다 보니 점점 꿈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웃는 날이 많았어요. 여러분들도 원하는 것에 도전해 보시되, 목표에 짓눌려 과정의 기쁨을 잃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중들은 모델 김재우에게서 중년 남성의 중후함과 세련미를 느낀다고 한다. 이 열광은 오래갈 것 같다. 대중들은 환희에 찬 생활을 원하지만 늘 부서지기 쉽다. 그러기에 초월을 원하면서도 이질감을 걱정한다. 김재우에 대한 열광은 이 지점에 있다. 편의점 앞에서 언제라도 볼 것 같은 그는 인생이모작기를 맞이하여 누에고치를 뚫고 나오는 나비처럼 퍼덕인다. 누에는 항상 날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진심을 일으키는 화법은 대중들에게 동일시와 함께 묘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앞으로도 런웨이를 워킹하는 그의 자아는 뭇사람들의 희망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특별후원: BNK 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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