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에 지친 한미 직원 281명 줄퇴사

강민성 2024. 10. 1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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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판매 등 핵심 업무 차질
소액주주들 불만 갈수록 커져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사옥. <사진: 연합뉴스>

연초 시작된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임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창업주 일가의 형제와 모녀 간 다툼으로 기업 안팎이 시끄럽고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퇴사자가 늘고 있다.

본보가 국민연금공단에서 확보한 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 입사·퇴사 데이터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8월까지 두 회사 임직원 약 281명이 퇴사했다.

특히 한미약품은 8개월간 전체 임직원의 9%가 회사를 떠났다.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10개월째 이어지며 R&D부문을 비롯해 영업부서, 사업개발(BD)부서 등 조직을 가리지 않고 퇴사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OCI그룹의 통합 계획을 발표한 시점인 1월에는 34명이 퇴사했다. 이어 올 7월 한미약품이 한미사이언스와 독립경영을 선포한 시점까지 약 6개월간 159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후 8월에 총 19명의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퇴사하며 8개월간 212명이 다른 곳으로 이직했다.

한미사이언스 직원도 같은 기간 69명이 퇴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직원들이 동종업종인 제약사를 비롯해 바이오기업 등으로 이직하고 있다"면서 "경영권 분쟁으로 조직의 안정성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이 8월 말 '독자경영'을 선언한 후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와의 불협화음이 더 격화되고 있다. 회사는 연구개발(R&D)이나 제조·판매 등 핵심 업무에 차질이 없다고 설명하지만, 사업 전반에서 영향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복합제, 개량신약,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까지 열심히 하면서 업계 선두주자 역할을 해왔다. R&D와 학술 관련 조직도 각종 업계 최초 기록을 발표해 왔지만 계속되는 오너일가의 소모적인 분쟁으로 동력을 잃으며 인력이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한미약품 직원들이 번아웃이 올 정도로 열심히 일했는데, 추진해온 것들에 차질이 빚어지다 보니 연구원들이나 사업팀원들이 퇴사를 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이 독자경영을 선언한 후 인사·홍보·회계·전산 등 업무지원 분서에서도 업무 진척이 늦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8월 28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인사조직을 신설하며 이모 전무와 권모 전무를 각각 인사팀장과 법무팀 담당으로 발령했지만, 이들에 대해 지난달 월급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약품은 이들 두 전무에 대해 사내에 별도 사무실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한미사이언스 측에서 응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보 조직도 불안정하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기존 한미약품 홍보팀과 별도로 홍보 조직을 갖춰 대응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의 홍보 업무는 이전에 한미약품 홍보팀에서 담당했는데, 경영권 분쟁으로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홍보 방향이 어긋나게 되면서 8월 말 이후 한미사이언스의 홍보자료는 기존 홍보팀 이메일이 아닌 별도 계정으로 발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모녀와 형제의 경영권 갈등으로 이어진 회사의 불협화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회복하기 위해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 가운데, 임종윤·종훈 한미사이언스 이사는 기존 대표 해임을 논의하는 한미약품 임시 주총을 소집하자고 요구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2건의 임시 주총은 오는 11월에 열릴 예정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소액주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 주주 게시판에서 소액주주들은 "집안 싸움이 결국 발목을 잡고 있다", "주주들은 믿고 투자해 줬는데 분쟁에 지친다"는 한탄을 내놓고 있다. 증권가도 한미약품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일제히 내리며 경영권 갈등 해소와 R&D 성과 배출을 주문하고 있다. 이날 키움증권은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40만원에서 37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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