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DNA 되살리자" 의사결정 컨트롤타워 등판 급부상 [삼성 미래전략실 부활하나]
일사불란한 소통 사라졌단 분석
이건희 선대 회장의 위기 해법인
신수종 사업 발굴도 제자리걸음
해외 AI 인재 오래 머무르도록
보상체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3·4분기 어닝쇼크를 경험한 삼성 임직원들은 '1등 DNA' 회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현재 위기의 진원지는 특정 부서, 특정 사업부가 아니라 전사적으로 '일하는 방식'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나홀로겨울'을 겪는 가운데 '오답노트'를 쓰며 경쟁사인 TSMC 타도를 외치는 지금이 컨트롤타워 부활의 '골든타임'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의사결정의 부재는 최근 삼성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이 삼성 위기 극복 방안으로 거듭 거론되는 이유다. 삼성은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위기 때마다 특유의 일사불란함으로 그룹의 '등대'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 내·외부에서는 미전실 해체 후 조직 간 소통 부재, 사업부별 각자도생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실적에도 영향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전실의 후신 조직이 있지만 미래보다는 현 상황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어 '뉴 삼성' 밑그림을 그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거대삼성 이끌 컨트롤타워 필요"
15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을 위기 타개책으로 제시한 건 신속한 소통 필요성 때문이다. '항공모함'에 비견되는 거대조직을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함장'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에 뒤처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도 결국 '가성비' 논리 때문에 중도에 중단됐다"면서 "과거 기술·재무·인사 등이 조화롭게 있었던 미전실 시절이었다면 HBM 사업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컨트롤타워 부재로 삼성의 10년, 20년 후를 책임질 미래 신수종 사업을 찾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건희 선대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2010년 삼성은 한계 돌파를 위해 △태양전지 △배터리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그렸다. 현재 배터리와 바이오·제약은 14년 새 어엿한 삼성의 주요 사업으로 성장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의 장기 전략을 만드는 역할을 미전실이 해왔는데, 조직이 없어지며 제대로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지 못해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사장단 인사에서 '미래사업기획단'을 발족시켰으나 중장기 전략 수립과 대형 인수합병(M&A), 사업 조정 등의 권한은 갖지 못했다.
■"제대로 된 보상부터"
준감위는 느슨해진 사내 분위기도 컨트롤타워 부재에 답이 있다고 본다. 현재 삼성은 긴장감이 낮아지면서 '삼무원(삼성+공무원)'이란 신조어까지 나온 상황이다. 과거 미전실 소속 경영진단팀은 삼성의 '저승사자'로 불리며 임직원 비리를 적발하고 계열사에 대해 사업 컨설팅을 수행했다.
뒤늦게 반도체(DS)부문은 최근 메모리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을 진행 중이다. DS부문 직원 A씨는 "내부에서 '이런 실적을 냈는데도 책임을 안 지나' 하는 의문이 드는 임원이 여럿"이라면서 "조직문화를 들여다볼 외부조직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마이크론 등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부족한 보상도 삼성의 숙제로 꼽힌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AI인재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들이 와서 2년을 버틴 사람이 없다"며 "글로벌 인재들이 왜 살아남지 못하는가에 대한 답도 이번에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남우 회장은 삼성 보상체계가 경쟁력이 없다고 일갈했다. 이 회장은 "미국 대부분의 빅테크는 대학교 졸업생들에게 처음부터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주는데 삼성은 글로벌 기업인데 아직도 100% 현금으로 준다"며 "낙후된 보상시스템은 인재 이탈, 사기 추락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장급 이상 25명 중 비기술 파트가 36%를 차지하는 비대한 관리조직을 쇄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oup@fnnews.com 임수빈 김준석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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