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당뇨와 심장병

2024. 10. 1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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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외국에서 원유가 들어오면 정유공장에서 가공하여 휘발유, 등유, 벙커 C유 등의 제품을 만든다. 이 제품들은 주유소를 통해 보급되어 공장의 기계를 돌리고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며, 가정에서는 난방을 하게 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음식이 인체에 흡수되면 간에서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과 같은 물질로 분해된다. 그리고 이들은 인슐린의 도움을 받아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활동하게 된다.

원유를 수입해서 정제하는 모든 과정은 정상인데 주유소만 폐쇄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재고가 넘쳐날 것이다. 처음에는 저장 탱크에 최대한 보관하겠지만 탱크 용량을 초과하면 밖으로 방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에 공장과 자동차, 가정 등은 유류 공급이 되지 않아 작동이 멈추고 난방이 중단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상적으로 음식을 먹으면 간에서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인슐린이 작동하지 않으면 주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포도당이 세포에서 소비되지 못하면서 혈중 농도가 올라가게 된다. 증가된 양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소변으로 내보내게 된다. '당뇨'(糖尿)라는 단어는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출된다는 의미이다.

전세계 당뇨 환자는 2019년 기준으로 4억63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2045년에는 무려 7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 기준으로 30세 이상 성인 전체의 11.3%가, 65세 이상의 고령층에서는 28.0%가 당뇨를 앓고 있다. 당뇨로 인해 인구 10만명 당 21.8명이 사망하고 있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나이 들어 발생하는 당뇨는 주로 인슐린을 세포가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인슐린 저항성 당뇨다. 같은 혈당을 유지할 때 정상인보다 인슐린 농도가 증가하게 된다.

높아진 인슐린은 내장 지방에서 지방산을 방출시켜 간에서 중성지방과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은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은 낮추게 한다. 또 증가된 포도당이 혈관 안 쪽의 내막을 손상시켜 쉽게 혈관 내에 지방이 쌓이게 한다. 게다가 당뇨는 혈액 응고도 쉽게 유도하므로 혈관이 막힐 확률이 높아진다.

당뇨 합병증으로 신경세포가 손상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자율신경계 문제가 생겨 맥박이 빨라지거나 관상동맥이 수축할 수 있다. 그 결과 심장의 손상이 오기도 한다. 당뇨병을 유발하는 비만, 고령화, 흡연, 운동 부족과 같은 위험인자가 심장병도 유발한다는 점에서 당뇨와 심장병이 같이 발생할 위험이 더 커진다.

특히 당뇨 환자의 약 70%에서 심장병의 원인이 되는 고혈압이 있다. 따라서 당뇨 단독으로도 심장병으로 인한 심부전 확률이 2~5배 증가된다.

심장병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질환은 협심증이다. 당뇨로 인한 협심증 환자는 연구에 따라 22%에서 72%까지도 증상이 없거나 특징적인 협심증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심지어 협심증 환자가 심전도를 부착하고 런닝머신 위에서 뛰는 검사인 트레드밀 검사를 해도 진단이 안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협심증은 혈관의 특정 부위만 좁아지므로 스텐트 삽입과 같은 치료로 충분히 넓혀줄 수 있다. 하지만 당뇨가 원인일 때는 넓은 부위에 걸쳐 혈관이 좁아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당뇨로 인한 심각한 협심증 때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당뇨일 때 심장병이 많이 진행되어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부전 상태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협심증이 악화됨은 물론 고혈압이 많이 발생하고 심장 등에 있는 모세혈관들이 손상될 뿐 아니라 당뇨로 인해 심장세포 자체도 손상되기 때문이다.

당뇨를 철저히 관리하면 심혈관 질환과 그로 인한 사망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되지만 정상인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3개월치 혈당을 반영하는 당화혈색소(HbA1c)가 1% 증가할 때마다 심부전 발생 확률은 12%가량 증가하기 때문에 철저한 혈당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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