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정부 지원 빵빵하지만…“동남아 투자 쉽지 않네”
엑시트 애매한 시장이라는 의견도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동남아시아 투자의 가장 큰 고민은 ‘엑시트(투자금 회수)’죠.”
액셀러레이터(AC)와 벤처캐피털(VC) 할 것 없이 국내 투자사들이 글로벌 공략 지역으로 동남아 시장을 낙점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최근 우리 정부가 나서서 현지에 모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할 정도로 자본시장의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는 동남아 투자처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같은 장밋빛 분위기에도 정작 동남아 자본시장 분위기를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이와 같다. 동남아 시장에 이미 진출했거나, 진출을 염두에 둔 투자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동남아는 국내 투자사들도 공들이는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주로 몇 년 전에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최근 들어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지사를 꾸리는 등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동남아에 진출한 한 투자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동남아에서 가장 시장 규모가 크지만 기업가치가 높은 스타트업이 많아서 싱가포르로 기회를 찾아가는 투자사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까지 겹치면서 국내 투자사들의 동남아행, 특히 싱가포르행은 날개를 달 전망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2027년까지 글로벌 투자 유치 규모를 1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때 2억달러(약 2723억원) 규모의 글로벌 투자 유치 모펀드(K-VCC)를 싱가포르에 처음 설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지원 약속에도 동남아에 진출한 투자사들 사이에서는 생각보다 먹거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동남아 현지에 투입된 VC 자금은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줄어 2022년 182억달러(약 24조 7811억원), 2023년 101억달러(약 13조 7501억원), 2024년 47억달러(약 6조 3986억원)에 이르렀다. 펀드 조성 규모는 상당해 자금은 넉넉하나 드라이 파우더(미소진 자금)가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남아에 진출한 글로벌 투자사들이 최근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다양하지만, 투자사들은 밸류에이션이 맞지 않고 엑시트가 어렵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1세대 스타트업인 플랫폼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유니콘으로 성장하거나 기업공개(IPO)에 성공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용이했다. 그러나 업종이 다양해지고 기술력이 강화된 2세대 스타트업들이 나오면서 동남아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IPO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장애물이다. 지난해 동남아 전체 국가에서 IPO는 153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국내 코스닥 신규상장 기업수가 132사였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할 만한 밸류를 지녔다고 하더라도 컴플라이언스 문제 때문에 무턱대고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AC협회)가 개최한 ‘2024 초기 스타트업 투자자 서밋’에 참석한 싱가포르 창업 컨설팅 업체 윌트벤처빌더의 원대로 대표는 “각 나라 마다 제도나 문화, 통화, 법령 등이 달라 동남아를 하나의 전체 시장으로 보기 어렵다”며 “전부 각개격파해야 하는 시장이라 미국이나 중국처럼 단일 시장으로 특정 기간에 올라갔을 때 스케일업이 발효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경쟁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현지에 진출한 우리 투자사들의 고민이다. 싱가포르만 하더라도 중국계 패밀리 오피스, 글로벌 국부펀드, 글로벌 유명 투자사들의 활약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지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다는 점을 노려볼 만 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역으로 동남아에서 한국 자본을 끌어오려고 한국 투자사나 기업에 지원하는 움직임도 생겨나는 중”이라며 “또 인수·합병(M&A)이나 크로스보더 상장 등 다양한 투자금 회수 방안을 마련할 수 있어 엑시트 환경이 마냥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박소영 (soz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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