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KEY’ 국민연금…과거 표 행사 보니 ‘장형진 반대’

장우진 2024. 10. 1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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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 사 제공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을 놓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간 표 대결이 유력해진 가운데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과거 고려아연·영풍 양사간 주주총회서 이사 선임을 놓고 모두 반대표를 행사한 경험이 있다.

특히 2년 전에는 고려아연 주총서 장형진 영풍 고문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한 전례가 있어, 국민연금이 추후 표 대결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MBK는 내달 중 임시 주총을 열고 새로운 이사 선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본지가 1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의결권 행사 현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5년부터 10년간 영풍 정기주총에서 2021·2022년 2개년을 제외한 8개년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올해의 경우 최창원 전 국무조정실 제1차장의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에 대해 "공직자 윤리위원회취업승인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법령상 이사로서의 결격사유가 있다"고 반대했다. 작년 주총에서는 심일선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법령상 이사로서의 결격사유가 있다"며 반대했다.

이 밖에도 국민연금은 2015~2019년 주총서 신정수, 장성기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장기연임에 따른 독립성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영풍 사외이사들은 영풍 계열로 분류되는 코리아써키트, 인터플렉스, 시그네틱스 등에서도 사외이사를 겸한 사례가 적지 않다. 최창원 영풍 이사의 경우 올해 코리아써키트 사외이사로도 선임됐다.

이 외에 올 3월 임기가 만료된 심일전 전 영풍·코리써키트 사외이사는 이전 인터플렉스와 시그네틱스에서 사외이사를 지낸 바 있다. 인터플렉스와 시그네틱스 2곳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신정수 이사도 영풍과 코리아써키트에서 사외이사로 지냈다. 장성기 전 사외이사는 영풍 2009~2020년, 코리아써키트 2003~2015년, 인터플렉스서 2005~2009년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국민연금은 또 고려아연 주총에서도 2021년부터 3년 간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2021년엔 김의환 후보에 대해 "중요한 지분·거래·경쟁관계 등에 있는 회사(비영리 포함)의 최근 5년 이내 상근 임직원에 해당한다"며, 작년엔 김보영 후보에 대해 "이사회 참석률이 직전 임기 동안 75% 미만"이라는 이유로 각각 반대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2022년 장형진 영풍 고문의 사내이사 선임에도 반대한 점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의무 수행이 어려운 자에 해당한다"고 반대 이유를 들었다.

국민연금은 그러나 올해 주총에서는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을 비롯한 4건의 사내이사 재·신규선임 안건과 4건의 사외이사 재·신규선임 안건에 모두 찬성했다.

전날 영풍·MBK는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5.34%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풍·MBK는 의결권 기준 지분율 38.5%를 확보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최 회장 우호세력은 33.99%, 장 고문 측은 33.13%로 추정된다.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할 계획으로, 베인캐피탈이 2.5%를 가져가기로 확정했다. 이를 더하면 최윤범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은 36.5%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는 2%포인트(p)가량 격차가 차이가 날 것으로 추산돼 표 대결이 예고된다. 전날 MBK의 영풍정밀의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가 그대로 고려아연 우호지분에 묶인다. MBK는 당초 최소 매수 수량을 7%로 정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양측 입장도 갈린다. MBK는 "자본시장의 지지 덕분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노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된 실질적인 첫 번째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고려아연은 "저들(영풍·MBK)은 부족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을뿐이고, 이제는 고려아연의 시간이 왔다"고 맞대응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서 확보한 물량을 전략 소각하기로 했다. 응모 주식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5~10%가량 물량은 소각될 것으로 보여 양측의 지분율은 모두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부동 매물로 분류되는 패시브펀드(5.9%), 국민연금(7~8%)이 향방을 가를 카드인 셈으로, 국민연금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일부 응할 가능성도 있다. 이 외에 고려아연은 현재 자사주 2.4%를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우선 고려아연에 손을 들어주고 있지만, 이번 공개매수 후 소액주주가 얼마나 남아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현재 소액주주 비중은 2%선으로 추정된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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