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부양책,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칠까? [웨이상진 - HIC]

2024. 10. 1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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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최근 특히 부동산 부문을 부양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발표했다. [AFP]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5주년을 앞두고 중국 중앙은행과 금융시장 규제당국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일제히 발표했다. 현지 주요 주가지수는 발표에 힘입어 15% 이상 상승하며 약 10년 래 가장 좋은 거래 실적을 세웠다. 중앙은행과 금융시장 규제 당국에 이어 재정 당국도 조만간 경기 부양 조치를 내놓을 전망이다.

물론 중국은 과거에도 이런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단행한 적이 있다. 이번 부양책은 2008년 11월에 발표된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연상시킨다. 16년 전 부양책은 4조 위안(당시 미화 5600억 달러) 규모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를 저지하는 것이 목표였다(금융위기는 적어도 2010년까지 지속됐다). 당시 부양책이 향후 2년에 걸쳐 실행되면서 중국은 주요국 중 드물게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지 않았으며 중국의 GDP 성장률은 2010년에 10%까지 상승했다.

그 후 중국의 부양책은 세계가 깊은 불황에 빠져 외국산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됐을 때, 수요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 덕분에 한국, 일본, 미국, 동남아시아 등 많은 원자재 생산국이 불경기를 훨씬 빨리 탈출할 수 있었다. 당시에도 중국의 주요 원자재 수입국이었던 호주 또한 자국 제품에 대한 중국의 높은 수요에 힘입어 불황을 완전히 피할 수 있었다. 이후 중국은 경기 부양책을 발판으로 세계 성장의 핵심 엔진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이번 경기부양책은 다른 국가들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까? 그 답은 부양책의 규모와 내용, 중국의 급성장 여부, 중국과 다른 국가들 간의 연결성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9월 말에 발표된 경기 부양책은 중국 중앙은행과 금융 규제 당국의 조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기준 금리는 20베이시스 포인트(bp),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0bp, 상업 은행 지급 준비율은 50bp 인하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한다. 이런 조치가 시행되면 상업 은행은 기업과 가계에 대출을 늘릴 수 있고, 가계는 소비 여력이 더 커진다. 또, 이번 부양책에는 상장 기업이 은행 대출을 활용해 저평가된 자사주를 매입하도록 유도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중국은 현재 침체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방 정부는 대도시의 주택 구매자 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격 요건을 완화했다. 이번에 추가된 통화 및 금융 시장 부양책은 이런 조치의 중요한 연장선에 있다. 새로운 주택 구매 수요를 창출하는 한편, 기존 주택 소유자의 부를 늘려주어 지갑을 더 열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양책과 더불어, 재정 부양책도 시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정 부양책에는 저소득 가구와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 현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또 지방 정부가 재원 마련을 위해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무리한 조치를 완화하고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도록,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에 자금을 배분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이다.

주가 급등은 실질 이익을 더 큰 명목 수치로 변환하는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고 향후 기업 및 경제 전반의 펀더멘털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혼재된 결과다. 이 둘은 세계에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질 것이다.

현 단계에서 인플레이션이 약간 더 상승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긍정적이다. 사실, 필자는 1년 전 중국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실행해 부채-디플레이션의 덫에 빠질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즉, 이번 경기 부양책은 늦은 감이 크다. 그래도 늦게나마 시행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단순히 명목 물가만 상승하기보다는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강화돼야 세계가 더 큰 파급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 주식 시장의 호황에는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감이 얼마나 반영된 것일까? 위안화/달러 환율을 살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지면, 위안화는 대략 주가 상승분만큼 달러 대비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경기 부양책이 발표된 후, 이렇다 할 위안화 절하가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가 호황의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금융 시장 투자자들이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실질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는 데 내기를 건 듯하다.

하지만 위와 같은 해석에 반하는 요소가 두 가지 있다. 첫째, 중국 중앙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환율 시장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주식 시장 투자자들이 항상 합리적이지는 않으며, 이번 경기 부양책 발표에 과도하게 반응했을 수 있다.

역외 위안화(CNH)의 평가절하 폭이 중국 본토에서 거래되는 위안화(CNY)에 비해 훨씬 크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중앙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기 위해 대대적으로 개입했다고는 볼 수 없다. 중국 주식 시장의 개미 투자자들이 터무니없이 낙관적일 수는 있지만, 국제 기관투자자들 역시 홍콩-중국 본토 간 주식시장 연계(Hong Kong-Mainland China Stock Connect) 제도와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QFII)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A주 시장에 자금을 쏟아붓는 모습이다. 실제로 중국 A주 시장의 거래량은 국내 및 국외 투자자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융 시장의 반응을 보면, 정부가 과연 경제 성장을 회복시키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을 품었던 과거의 비관론이 이번 부양책으로 불식된 듯하다. 금융 시장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가 반등하고, 남은 2024년과 2025년에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최근 경기 부양책으로 인한 일시적인 상승에도 불구하고 2024년 4.8%에서 4.3%로 더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AFP]

금융 시장의 낙관론이 소비와 실질적 투자 증대로 이어지며 향후 수개월간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도가 상승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국내 민간 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을 중심으로 모든 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조치가 더해진다면 이런 변화는 더 큰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반등하면, 선진국 중 호주와 한국이 특히 큰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가 개선되고 특히 부동산 부문이 일부라도 회복된다면, 호주산 철, 광석 등 원재료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과 세계의 가치 사슬에서 중국 기업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포진한 한국 역시 한국산 산업재에 대한 중국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중국 가계의 구매력이 향상된다면, 프랑스와 이탈리아처럼 사치품을 공급하고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여행지로 꼽히는 나라들도 몇 달 안에 실질적인 혜택을 볼 것이다. 예를 들어, 2025년 1월 29일 중국 설날을 앞두고 소비자 지출과 외국 관광이 급증하는지를 살펴보면 이번 경기 부양책이 성공적인지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다.

또 중국 가계 소득이 증가하면 대학 혹은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는 중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국가들도 이익을 볼 수 있다. 미국, 영국, 호주, 그리고 그만큼은 아니지만 일본이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국과 호주의 경우, 새로 시행하는 중국인 유학생 제한 조치로 인해 이런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에 첨단 산업용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수출국이자 중국인 관광객과 특히 중국인 유학생들이 선호하는 나라였던 만큼, 2008년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실행했을 때 그 반사 이익을 톡톡히 봤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이 수많은 무역 및 기술 제한 조치를 부과하면서 양국 간의 경제적 연결고리는 과거보다 훨씬 약해졌다. 따라서 두 국가 간의 직접적인 파급 효과도 그만큼 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기업들의 상위 공급망에 위치한 기업이 많았기 때문에 2008년 중국 경기 부양책의 덕을 크게 봤다. 게다가 일본은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중국의 경기 부양책 발표 후 도쿄 주식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시장은 중국 경기 부양책의 파급 효과보다 앞으로 신임 일본 총리가 취할 조치에 더 관심이 쏠려 있었던 것 같다.

개발도상국 중에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공급망에서 중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으며, 칠레, 아르헨티나 같은 원자재 생산국들도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며 혜택을 볼 것이다.

중국의 이번 부양책은 중국의 성장을 되살리는 훌륭한 출발점이다. 주식 시장의 낙관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모든 기업의 사업 환경을 개선하는 후속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중국이 더 활발히 성장한다면 중국 가계의 생활 수준도 올라가겠지만 세계 각국도 더 큰 파급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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