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안은정 "영화음악에도 언어가 있어"

이세영 2024. 10. 1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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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영화음악에도 언어가 있습니다. 제 책에 나오는 20편의 영화는 모두 저의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여 '픽'한 영화 속 음악 이야기입니다" (안은정 박사)

15년간 영화음악 작곡자로 살아온 안은정 박사(DFA, 영화영상제작박사)가 영화음악 에세이집 '영화음악의 언어'(모노폴리 출간)를 발간한 후 제작진과 만나 이같이 소감을 말했다. 이 책은 영화와 영화 속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속 음악은 영화의 많은 장면을 보조하며 흘러나오기도 하지만 영화가 하지 못하는 숨겨놓은 이야기를 음악이 대신해주는 경우도 많다. 안 박사는 이렇게 영화의 많은 부분을 지탱하고 있는 영화 속 음악에 대한 스토리를 영화와 함께 풀어간다.

안 박사가 분석한 20편의 영화는 '로마'(2018)와 '헤어질 결심'(2022) 같은 비교적 신작에서부터 '이웃집 토토로'(1988) 같은 고전 영화까지 '스펙트럼'이 넒다. 아무래도 작가 자신이 영화음악 작곡자이다 보니 영화에 삽입된 음악 이야기를 영화의 구성과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한 노력도 보인다.

다음은 안 박사와의 일문일답.

-- 영화음악 작곡자가 에세이를 냈다. 어떤 계기로 출간했는가. ▲ 영화음악이 영화라는 거대한 틀에 묻혀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음악 중심으로 정리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이 책으로 영화음악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거기에 관심 있는 모든 분이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썼다.

-- 영화 '로마'의 음향은 관객이 멕시코 로마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 말러의 '아다지에토'는 현악기의 중첩된 음향으로 공간을 메우고 그 속에서 자유로운 선율을 그리며 낭만주의의 절정을 보여준다. 서로에 대한 불완전한 믿음이 진실이 된 순간 음악은 낭만을 그려내는 것이다.

-- 해오신 작업을 보면 여러 장르를 넘나들었다. 배경이 궁금하다. ▲ 그 동안 제 음악을 하는 평범한 뮤지션으로 살다가 우연한 기회에 영상 음악을 하는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백지상태에서 음악을 만드는 것이 그동안의 일이었다면 영상 음악을 하고 나니 미완성된 작품을 제가 완성을 시키는 순간이 와서 굉장히 보람됐다.

-- 많은 사람이 영화음악을 하나의 배경음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작곡자로서 영화음악의 매력을 밝힌다면. ▲ 영화음악은 범위가 넓다. 방송에서 나오는 영상 같은 경우는 배경 음악으로 분위기를 채우거나 하는 역할이기도 하지만 영화음악은 거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고 있다. 예술적으로 감독과의 교감도 필요하고 책 제목처럼 음악으로서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그런 임무도 있다. 그래서 예술적 작품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 책에 풀어주신 영화가 보면 한 20여 편 되는데 작품 이야기도 궁금하다. ▲ 제가 영화를 선별할 때 영화보다는 음악에 집중해서 선별한 작품이다. 음악이 좋은 영화 중심, 즉 영화가 인기가 없고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음악이 좋거나 음악으로서 뭔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별했다.

-- 메시지가 영화와 어우러진 사례를 하나 들어준다면. ▲ 한스 짐머라는 작곡자가 있는데 이분은 '덩케르크'라는 영화의 음악을 만들었다. 이 영화는 전쟁영화라서 당연히 스펙터클하고 역동적인 음악으로 풀어가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영화 속 음악은 전쟁에서의 긴장이나 공포, 불안 이런 거를 표현하기 위해서 '심리음향'이라는 장치를 썼다. 대단히 간결하면서 등장인물의 움직임에 따라 고조되는 기법이다. 이렇게 심리음향이라는 장치를 음악으로 써서 관객이 들었을 때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음향적 요소로 음악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대단한 작곡가라는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 본인이 직접 작곡하고 참여한 프로젝트 중 기억에 남는 작업을 소개한다면. ▲ 다큐멘터리를 굉장히 좋아한다. 아무래도 실제 이야기를 바라볼 때 나오는 감성이 음악에 잘 담기는 것 같아 주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많이 했다. 영화 같은 경우에는 주로 음향 작업을 많이 해서 다 기억에 남지 않는다.

-- 대중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영화음악을 먼저 작업하고 나중에 영화를 편집하는지 아니면 그 반대로 하는지 이런 게 궁금할 수 있다. 어떻게 하는가. ▲ 사실 작업하는 방식은 음악감독마다 천차만별이다. 이미 촬영된 것을 보고 편집한 그림을 보고서 작업하는 게 사실은 가장 안정적이고 좋은 방식이긴 하다. 근데 아무래도 영화 작업은 기한이 정해져 있다 보니 촬영하고 난 이후부터는 굉장히 급박하게 흘러간다. 음악은 창작이라 상당히 압박이 있다. 요즘엔 시나리오를 미리 보고 신과 컷의 이미지를 다 그려 작업을 미리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 요즘은 새로운 AI라는 에이전트가 등장했다. AI가 작곡도 하는 시대가 왔는데 이런 분야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 한 3~4년 전부터 AI로 작곡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봤다. 실제로 직접 써보기도 했는데 (AI가) 정말 놀라울 정도로 퀄리티 좋은 음악을 만들어냈다. 머지않아 영상 음악에서 AI의 개입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영상 음악 같은 경우는 보통 배경 음악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작곡으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이라 본다. 그런데도 영화음악은 조금 이야기가 다른 것 같다. '도미솔'이라는 단순한 음으로도 어떻게 배치하고 감독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건지는 인간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 이번에 출간한 에세이를 읽을 독자에게도 한 말씀 부탁한다. ▲ 제 책은 영화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 쓴 책입니다. 영화와 음악에 대해 이해하시면서 좀 더 깊고 재미있게 풍성하게 영화를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획·제작총괄 : 이동칠, 프로듀서 : 신성헌, 구성 : 민지애, 웹 기획: 이은진, 진행·내레이션 : 유세진, 촬영 : 박소라, 연출 : 박소라>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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