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스타베이스 실제로 가보니…웅장함에 '입이 떡' [강경주의 IT카페]
한경·서울대 공대 취재진 스타베이스 르포
꼬박 하루 반 이동…현장은 대규모 공사장 방불
스타십, 인류가 만든 로켓 중 가장 큰 크기
길이·무게 121m·5000t…아파트 40층 규모
스타팩토리서 스타십 1000기 생산 예정
닐 암스트롱 비판 이겨내고 스페이스X 일궈
우주가 탄생한 건 138억년 전, 지구는 45억년 전이다. 기록의 발견을 근거로 한 인류의 역사는 5500년에 불과하다. 우주의 평생을 인류의 100년이라고 치면 인류 문명은 고작 20분을 지났을 뿐이다. 가늠조차 되지 않는 '우주적 시간' 속에서 인간이 존재한 시간은 찰나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찰나에 그치는 인류의 시간을 확장하려 2002년 스페이스X를 창업했다.
그로부터 22년이 흐른 지난 13일 머스크 CEO는 스타베이스에서 진행된 스타십의 5번째 시험비행을 통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로켓 공중 포획 방식을 성공시켰다. 한국경제신문과 서울대 공대 공동 취재진은 인류 우주 탐사의 역사적인 현장인 스타베이스를 한 달 전 먼저 다녀왔다.
인류 문명이 바뀐다…심우주 향한 인류의 지구 터미널 '스타베이스'
텍사스 댈러스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30분을 날아가면 할린전이라는 소도시가 나온다. 이곳에서 차를 이용해 남쪽으로 1시간을 더 내려가면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브라운스빌이 나타난다. 여기서 동쪽으로 40분을 더 이동하면 무장 경비 요원들이 지키고 있는 스페이스X의 전용 발사 시설 스타베이스 입구가 나와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삼엄한 보안을 뚫고 속도를 내자 멕시코만의 수평선과 텍사스의 지평선이 만나는 지점에 신기루처럼 솟은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인류가 만든 로켓 중 가장 큰 스타십은 길이와 무게가 121m, 5000t로 아파트 40층 규모이고, 날아오르는 추력은 7590t에 달한다. 이끼를 잔뜩 뒤집어 쓴 늪지대에서 인류가 쌓은 공학 지식을 집약한 스타십을 마주하자 화성에 온듯 경이로움을 느꼈다.
취재진은 지난 8월25일 하루 반을 꼬박 이동한 끝에 어렵게 스타베이스에 도착했다. 현장에 동행한 박형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미 해군과 대학에서 근무하며 미 항공우주국(NASA)과 여러 우주 프로젝트를 경험해본 나조차 처음보는 광경"이라며 "스타베이스에 직접 와서 보니 인류를 화성에 보내겠다는 스페이스X의 꿈은 허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의 작은 해변 마을에 자신 만의 우주 기지 스타베이스를 구축했다. 스타베이스는 발사대를 비롯해 냉각용 시스템, 저수시설, 착륙대, 발전소, 천연가스 처리 시설 등 스타십 발사를 위한 최첨단 시설을 모아놓은 화성 탐사 전초 기지다. 이곳은 향후 심우주를 향한 인류의 지구 터미널 역할을 할 예정이다.
국내 언론 최초로 직접 방문한 스타베이스는 대규모 공사가 한창이었다. 헬륨가스와 중장비,
건설 자재를 실어나르는 대형 트럭 수십대가 쉴새 없이 드나들어 도로 정체가 발생했다.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레미콘도 먼지를 내뿜으며 끊임없이 오갔고, 곳곳에서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각자의 작업에 힘을 쏟고 있었다.
웰딩 엔지니어들이 스타십과 스타팩토리 외벽에 달라붙어 용접에 속도를 내는 모습은 달 기지 구축을 미리 보여주는 듯 했다. 박 교수는 "이미 우주 수송과 지구 물류 수송의 혁명이 시작됐고, 인류는 우주 대항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스타베이스에 막대한 자본과 미국 최고의 우주 인력, 미래 기술이 실시간으로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베이스는 은퇴자들이 모여살던 조용한 마을 보카치카를 '우주 성지'로 탈바꿈시켰다. 보카치카에는 엔지니어, 공사 인력들을 위한 대규모 주택단지가 조성되는 등 인프라 조성이 한창이었다. 농구장, 축구장 등 운동 시설과 태양광 패널을 두른 발전 시설도 눈에 띄었다. 캠핑장과 수목원, 러닝 트랙도 마련돼 있었다. 검은색 스페이스X 티셔츠를 입고 해변을 조깅하는 직원들도 자주 마주쳤다.
스타베이스 인근의 브라운스빌은 스타십 발사를 볼 수 있는 명당으로 알려지며 상권까지 살아났다. 이곳에서 30년째 살고 있다는 세실리 로드리게스 왓더버거 매니저는 "스타십을 발사하는 날이면 도시 정체가 천둥소리로 들썩인다"며 "많은 관광객이 유입돼 지역이 활기가 돋는다"고 전했다.
머스크 CEO가 보카치카에 스타베이스를 건설한 가장 이유는 적도에서 가까워서다. 박 교수는 "적도 근처에서는 지구의 자전 속도를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어 중력을 뿌리치고 솟아오르는 로켓의 연료가 적게 드는 지점"이라며 "NASA 발사 시설이 위치한 곳들도 적도와 가깝다"고 설명했다. 멕시코만에 인접해 추락시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
스타십 1000기 생산의 본거지…스타팩토리의 위용
완공을 앞둔 스타팩토리도 스타베이스의 볼거리다. 검은색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머스크 CEO의 취향이 반영돼 건물 외벽이 온통 검은색이다. 향후 스페이스X의 본사 역할을 할 스타팩토리가 완공되면 주당 최대 3대의 스타십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 CEO는 공정 단순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 하루 한 대씩 스타팩토리에서 스타십을 만들겠단 목표다.
머스크 CEO는 지난 4월 스타팩토리 옆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스타십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며 "인류를 화성으로 데려가기 위해 이 공장에서 스타십 생산량을 더 많이 늘려야 하고 적어도 하루 1대, 궁극적으로는 매일 여러 대를 생산해야 한다"고 로드맵을 제시했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의 성과를 넘어 스타팩토리를 연구개발(R&D) 전초기지로 삼았다. 머스크 CEO는 지난 6월 X(옛 트위터)에 "스타팩토리에선 내구성과 생산 공정이 개선되고 탑승 인원도 대폭 늘린 새로운 버전의 스타십이 생산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사람이나 화물을 150t까지 실을 수 있는 스타십을 더 업그레이드해 적재량을 높인 스타십2를 개발하고 있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 스타십2는 200t의 중량을 회당 200만~300만달러의 저렴한 비용으로 수송하는 것이 목표다. 스타십의 속도로 화성까지는 26개월이 걸리는 만큼 한 번에 가능한 많은 적재량을 소화해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머스크 CEO의 판단이다.
스타십의 ㎏당 운송비는 35만원으로, 기존 스페이스X 팔콘9 로켓에 이어 또 다시 획기적으로 낮췄다. 누리호(2·3차 발사 기준)는 ㎏당 비용이 9억7860만원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전 세계 어느 업체도 스타십의 경제성을 따라오지 못한다. 스페이스X는 머지 않아 스타십2와 스타십3를 스타팩토리에서 생산해 경제성을 더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 CEO는 "스타십이 화성에 취역하면 우리는 우주 화물량의 99%를 운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주 시장은 성장성도 뚜렷하다. 비영리 우주기구 스페이스파운데이션은 우주 경제 규모가 2022년 5460억달러에서 2027년 77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메릴린치증권은 2040년에 27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스타팩토리는 인류의 화성 이주를 위한 스타십 1000기 생산의 핵심 역할을 할 예정이다. 스타십을 스타팩토리에서 테슬라 전기차처럼 뽑아내겠다는 셈이다. 캐서린 루더스 스타베이스 총괄은 "스타팩토리 공사는 연내 마무리될 것"이라며 "도로 건설이나 보조 통조 구축 등 스타팩토리를 위한 인프라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닐 암스트롱의 스페이스X 작심 비판…일론 머스크의 눈물
머스크 CEO가 처음부터 우주 산업에서 승승장구 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우주 영웅인 닐 암스트롱과 유진 서넌은 2009년 미국 의회에 나와 "우주개발에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성명을 발표하며 스페이스X에 의존하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이들은 NASA의 상업적 우주여행 계획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우주 탐사와 안전 문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NASA의 위상을 드높인 암스트롱과 서넌은 달 착륙 프로젝트인 '아폴로'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은 미국 최고의 우주 영웅이다. 그런 두 사람이 스페이스X를 향해 상업적 우주 탐사에 철퇴를 놔야한다는 성명을 미 의회에서 강력하게 주장한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를 향해선 우주를 억만장자의 호기심을 채우는 장난감에 비유했다.
그로부터 9년이 흐른 2018년 12월2일. 머스크 CEO는 미국 CBS TV 토크쇼 '60 Minutes'에 출연해 스페이스X의 비전과 개인사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당시 토크쇼를 진행한 CBS의 국회 출입 기자이자 저명한 방송가였던 낸시 코스 MC는 "닐 암스트롱과 유진 서넌이 스페이스X의 우주 개발 방식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머스크 CEO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어린 시절 그들의 달 탐사를 보며 우주에 대한 꿈을 꾸고 도전에 나섰는데 굉장히 슬프다"고 눈물을 흘렸다. 머스크 CEO는 "나의 영웅들이 스페이스X를 방문해서 우리가 개발 중인 로켓을 봤으면 좋겠다"며 "그분들의 생각도 바뀔 것"것이라고 흐느꼈다.
코스 MC가 "그들이 당신을 응원해주길 기대하는가"라고 묻자 "꼭 응원해주길 바란다"며 "우주여행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은 다음 가능한 모든 인류가 우주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우주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냈다.
머스크 CEO는 종종 미 언론에 의해 기인이나 몽상가, 정신병자처럼 묘사된다. 일반인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겨서다. 2008년 당시 미국 경제가 불황일 때 머스크 CEO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졌고 회사는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스페이스X 창업한 후 세 번이나 로켓 발사 실험도 실패했다.
언론과 투자자들이 앞다퉈 그를 비난하고 나섰지만 머스크 CEO는 포기하지 않았다. 전 재산이 400억원 밖에 남지 않은 위기에서 그는 남은 돈을 스페이스X, 테슬라에 나눠서 R&D에 투자했다. 그때 기적적으로 네 번째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지금도 스페이스X는 모든 비용을 R&D에 쏟아붓는다. 회사에는 홍보 조직도 없고, 마케팅비도 없다.
그가 화성에 식민지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미친 사람이라고 비난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꼈다. 투자 시장에선 비상장사인 스페이스X를 '헥터콘'(hectocorn)이라고 부른다. '유니콘'의 100배가 넘는 가치를 가졌다는 뜻이다. 현재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는 2000억달러를 넘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머스크 CEO의 꿈을 투자 시장이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론 배런 배런캐피털 CEO는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가 2030년에는 6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2030년대에는 스페이스X가 테슬라보다 더 큰 회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타십 안정성이 확보된다면 기업가치는 8000억달러(1000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보카치카=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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