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감독 5명에 맞서는 토종 사령탑 2명, 2024~2025시즌 V리그 남자부 ‘지도자 대결 막 오른다’

이정호 기자 2024. 10. 1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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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2024-2025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에서 각 구단 감독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우리카드 마우리시오 파에스,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KB손해보험 마틴 블랑코(코치), 삼성화재 김상우, 한국전력 권영민. KB손해보험 미겔 리베라 감독은 건강 상의 이유로 불참. 연합뉴스



V리그 풀타임 2년 차 OK금융그룹의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1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취재진과 마주한 자리에서 “한국 배구팬들은 외국인 감독이 많아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으며 궁금해했다. 그는 “V리그는 이제 세계적인 배구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생각한다. 전술, 전략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들이 합류하면서 더 좋은 배구가 기대된다”고 시즌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한국 배구는 최근 들어 외국인 감독이 대세다. 남녀 배구대표팀 사령탑에도 모두 외국인 감독이 들어갔고, 새 시즌 V리그 전체 14구단 중 6명이 외국인 지도자다. 특히 남자부는 7개 팀 가운데 5팀이 외국인 감독으로 채워졌다.

지난 시즌 대한항공의 통합 4연패를 이끈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을 비롯해 OK금융그룹 오기노 감독이 자리를 지켰고, 여기에 더해 현대캐피탈이 필립 블랑, 우리카드가 마우리시오 파에스, KB손해보험이 미겔 리베라와 계약했다. 국내 사령탑은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 뿐이다.

새 시즌 판도는 사실 외국인 감독 쪽으로 기울어 있다. 전무후무한 리그 5연패 달성에 도전하는 대한항공의 전력은 여전히 강하고, 블랑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도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다. 두 팀은 시즌 전초전격인 KOVO컵 결승에서 만났다. 챔피언결정전 못지 않은 명승부를 펼친 끝에 현대캐피탈이 우승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날 두 팀을 지목해달라’는 남자부 감독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5표)를 받기도 했다. 블랑 감독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승리”라며 “일단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 (우승이라는 것은)그 이후에 상황을 봐야 한다. 다른 팀들 모두 경쟁력 있어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직 배고프고, 더 많은 것을 갈망한다”며 “우리가 이기고 싶은 팀은 코트 반대편에 있는 팀”이라는 각오로 5연패 욕심을 드러냈다.

15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2024-2025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에서 외국인 감독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우리카드 마우리시오 파에스,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KB손해보험 마틴 블랑코(코치). KB손해보험 미겔 리베라 감독은 건강 상의 이유로 불참. 연합뉴스 연합뉴스



전력과 상관없이 한국 배구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두 토종 사령탑은 의기투합했다. 권영민 감독은 “김상우 감독님이랑도 얘기했는데, 이제 우리가 외국인 감독 같다”고 웃으며 “외국인 감독이라고 해서 특별한 감정이 있지 않다. 성적을 내야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잘해야 국내 감독들의 설 자리가 생기지 않겠나. 우리가 세계 배구 트렌드 속에서 잘 이겨내야 한국 배구도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토종 사령탑으로 무거워진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김상우 감독 역시 “외국인 감독이 많아졌고, 그들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존중한다. 그 분들도 마찬가지로 우리를 존중하실 것이라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하면 우리만의 경쟁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조건 봄 배구를 목표로 하겠다. 전력이 좋아진 팀들이 많지만, 압도적으로 강한 팀은 없다고 생각한다. 승부는 붙어봐야 한다”는 다부진 각오도 덧붙였다.

지난 시즌 OK금융그룹을 준우승으로 이끈 오기노 감독은 외국인 사령탑이 대거 늘어난 V리그에 볼거리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오기노 감독은 “기존 V리그는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조금 높았는데, 외국인 선수와 토종 선수들을 다양하게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우리팀이 강팀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지만 ‘원팀’으로 지난 시즌에도 선전했다. 이번 시즌 일단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며 “이번 시즌에는 선수들이 팀을 잘 파악하고 플레이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투지를 드러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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