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가을, 수원서 걷기 좋은 길은 어디?

테마형 가로수길·아름다운 도시숲 등 걷기에 최적

브로콜리 모양의 은행나무가 황금빛으로 점차 물들어 가는 가로수길. 사진제공=수원시

양버즘나무를 사각형으로 꾸민 거리 1.5km 정조로의 모습. 사진제공=수원시

무더위가 언제 있기나 했었냐는 듯 계절은 어느덧 서늘한 가을의 문턱으로 접어들고 있다. 따가운 햇살과 무더위가 있어야만 곡식과 과일이 여물듯 견디기 힘든 무덥고 습한 여름이 있었기에 가을이 소중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푸르던 나뭇잎이 조금씩 형형색색의 고운 빛깔을 드러내는 요즘 수원 도심의 명품 가로수길과 도시 숲, 황톳길은 매우 걸어봄 직하다.

수원 구도심을 둘러싼 팔달구 수원화성 성곽 곳곳에는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가로수길이 곳곳에서 특별한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중 수원화성의 북문인 장안문에서 남문인 팔달문을 연결하는 정조로는 줄지어 선 사각기둥 모양의 가로수가 장관을 이룬다.

수원시가 테마 전지로 관리하는 정조로 양쪽의 오랜 양버즘나무길은 길이가 1.5km에 달한다. 나무 중심 줄기 윗부분 가지와 잎을 사각형 모양으로 다듬어 네모난 가로수들이 도로를 지키는 거대한 관문을 연상케 한다. 특히 행궁동 중심부를 지나며 화성행궁과 미술관, 팔달산이 어우러진 수려한 풍광이 다가선다.

창룡대로(창룡문사거리~화성행궁)와 중부대로(동수원사거리~중동사거리)는 가을을 맞아 브로콜리 모양의 가로수인 은행나무가 황금빛으로 점차 물들어 가고 있다. 두 길의 은행나무들은 가지 윗부분을 동그랗게 전지해 거대한 크기가 무색하게 귀엽다. 중부대로는 1.3㎞, 창룡대로는 1.2㎞ 거리에 300여 그루 은행나무가 줄지어 선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시 경계 구간인 장안구 주안말사거리~조원IC 구간 '두아름길'은 좀처럼 가로수로 접하기 어려운 '블루엔젤'이 빛에 따라 다른 색감을 보여주며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고속도로 진출입로 중앙분리대 역시 초화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수종을 심은 녹지형으로 조성했다.

수원시는 올해 장안구 정자동 대평초 주변 자녀안심그린숲과 권선구 곡반정동 선선길(상고렴사거리~하고렴사거리)을 조성했다. 공동주택단지들이 들어선 영통구에는 곡선로 박지성삼거리~영통롯데캐슬을 잇는 700m 구간을 대왕참나무와 홍가시나무로 꾸몄다. 주홍빛에서 검붉은빛까지 단풍이 만들어내는 붉음을 만끽할 수 있다.

산업단지 수원텔타플렉스를 둘러싼 미세먼지차단숲 전경. 열섬을 줄이고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 조성한 숲이다. 사진제공=수원시

산림청에서 인정할 정도로 아름다운 수원 도시숲도 또한 걸어봄 직하다. 장안구 이목동 노송숲은 가을철에도 푸르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명소다. 5만6000㎡ 규모의 넓은 공간에 정조대왕의 효심이 깃든 소나무길이 조성됐다. 경기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노송 30여주를 찾아 보며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올해 산림청이 선정한 '아름다운 도시숲 50선' 중 하나로 꼽혔다.

산업단지인 수원델타플렉스를 둘러싼 미세먼지차단숲은 서부권역 주민들과 지역 근로자들이 가을을 느끼기에 좋은 공간이다. 열섬을 줄이고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 3단계에 걸쳐 조성한 8만㎡ 규모의 대규모 도시숲이다. 생태적으로 건강한 거점 숲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층으로 구성된 식생 구조가 관상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수종별 테마공간과 소규모 정원이 조성돼 있다. 가을 단풍 숲과 서부로 메타세쿼이아와 스카이로켓은 걷기에 좋다.

권선구 산울림공원에 황톳길. 말랑말랑한 흙길을 걸을 수 있는 진흙 구역을 시민들이 걷는 모습. 사진제공=수원시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기 전 맨발로 걸으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황톳길 등 맨발걷기길 9곳이 수원 곳곳에 조성됐다. 광교호수공원과 산울림공원, 광교산 입구의 황톳길이 대표적이다.

영통구 광교호수공원 황톳길은 원천호수와 신대호수 사이를 채운 공원 중심에 있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맨발로 황톳길을 왕복해 걸으면서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이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또는 홀로 걷기에도 좋다. 지난해 450m 구간이 조성된 황톳길에 신발장과 세족장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서부권역 500여m 거리의 황톳길은 칠보산 자락과 맞닿은 권선구 금곡동 산울림공원에 있다. 가로로 길게 뻗은 공원길에 붉은빛을 내는 흙으로 지형을 살려 산책로를 조성했다. 특히 산책로 중간 진흙 구역은 말랑말랑한 흙길을 맨발로 걸을 수 있다.

광교산 입구 거리 260m의 황토 산책로는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거나 산행 후 발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좋은 곳이다. 이외에도 만석공원, 권선중앙공원, 청소년문화공원, 예술공원, 머내생태공원, 매탄공원 등 맨발로 걷기 좋은 흙길도 6곳이 있다. 바쁜 일상에서 탈출 가을이 떠나기전 여유롭게 걸으며 계절을 느껴보자.

수원=남상인, 수원=김동우 기자 namsan4080@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