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교사 얼굴 '졸업앨범'에서 사라진다

최인 기자(=전주) 2024. 10. 1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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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 교원 93% "졸업앨범 사진 딥페이크 등 악용 우려"...학생도 45%가 원하지 않아

"성착취 영상에 내 얼굴을 합성해 금품을 요구하는 일을 당했어요. 가족, 직장에도 뿌리겠다고 협박하면서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학교 현장의 딥페이크, 사진 도용‧합성 피해가 잇따르면서 교원 10명 중 9명은 졸업앨범에 사진 넣기를 우려하고 10명 중 8명은 학생들과 사진 찍기조차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총은 "교사 사진이 학생‧학부모의 SNS, 단톡방에 무단으로 올려지고 조롱거리가 되거나 심지어 성 착취물에 합성되고 사기 사이트에 도용되는 등의 일까지 벌어지면서 사제동행의 의미마저 점점 퇴색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개인 정보 보호와 딥페이크 범죄 등의 예방‧근절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직무대행 문태혁)는 최근 딥페이크 공포가 학교 현장을 덮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9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원 3537명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여파 졸업앨범 제작 등 실태 파악 교원 설문조사’를 실시해 15일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교원의 93.1%는 졸업앨범 사진을 활용한 딥페이크 범죄, 사진 합성, 초상권 침해 등이 우려된다(매우 우려 69.5%, 약간 우려 23.6%)고 답변했다.

올해 졸업앨범을 만드느냐는 질문에는 97.1%가 만든다고 응답했다. 교총은 "대다수 학교가 기록이자 추억의 의미로 졸업앨범을 만들고 있지만 교원들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졸업앨범에 사진을 넣는 교원들의 증감 추세에 대해 ‘점점 줄고 있다’는 답변이 72.5%에 달했다. ‘이전과 변화 없다’는 응답은 17.7%에 그쳤다.

담임 얼굴 사진(프로필 형태 등)도 ‘모두 넣지 않는다’(20.4%)거나 ‘희망자 등 일부만 넣는다’(17.7%)는 답변이 38.1%나 됐다. 학급 단체사진에도 담임 사진을 ‘모두 넣지 않는다’는 응답이 14.9%, ‘희망자 등 일부만 넣는다’는 응답은 17.8%로 나타났다. 담임 교사조차 졸업앨범에서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졸업앨범에서 사진 넣기를 꺼리는 것은 비단 교원 뿐만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넣기를 꺼리거나 빼기를 원하는 학생이 늘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매우 그렇다 13.5%, 약간 그렇다 32.0%)는 응답 교원이 45.5%에 달했다. 학교 현장의 딥페이크 범죄 피해 대상이 주로 학생인 만큼 우려와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졸업앨범에 교원 사진은 어느 범위까지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희망자(동의자)에 한해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49.8%로 절반에 달했다. ‘모두 넣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도 38.7%나 됐다. ‘모두 넣어야 한다’는 답변은 11.5%에 불과했다.

이처럼 교원들은 사진 넣기를 원치 않는 분위기인데 실제로 동의, 희망 절차는 잘 밟고 있지 않아 불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정보 동의나 희망 여부를 개인사진과 단체사진 모두 받는다는 응답은 42.3%에 그쳤다. 반면 개인사진, 단체사진 모두 안 받는다는 답변이 46.9%, 개인사진은 받고 단체사진은 안 받는다는 답이 10.8%로 나타났다.

졸업앨범을 계속 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물은 데 대해서는 ‘제작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정 응답이 67.2%로 나타났다.

‘제작해야 한다’(32.8%)는 긍정 답변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교총은 “딥페이크, 초상권 침해 등 범죄 피해와 개인정보 노출 등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큰 교단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또한 “디지털카메라, SNS가 발달하고 학생들끼리 언제든 사진을 찍고 보관‧공유할 수 있는데 범죄 피해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별도 앨범을 만드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피해 사례(서술형 답변)는 심각한 교단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 성착취 영상에 내 얼굴을 합성해 금품을 요구하는 일을 당했어요. 가족, 직장에도 뿌리겠다고 협박하면서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 중학생이 선생님, 여학생 얼굴을 넣어 음란물을 제작해 단톡방에 공유함.

△ 학생이 졸업앨범 교사 사진을 합성해 성별을 바꾸고 조롱하는 글을 인스타에 올린 적이 있어요.

△ 졸업앨범 교사 사진을 도용해 교사 사칭 SNS 계정을 만들어 타 학생들 사기를 치는 일이 있었습니다.

△ 6학년 남 선생님을 수영복 여자 몸으로 합성해 신고했지만 도리어 아동학대로 고소당했음.

△ 교사 수업 사진을 찍어 엽기사진으로 만들어 배포함.

△우리학교 학생이 여학생들 얼굴에 야한 사진을 합성시켜 강제 전학 갔고, 다른 학교에서 딥페이크 한 학생이 우리 학교로 강제 전학 옴.

△ 우리 학교는 담임교사 사진을 캐리커처로 대신하기로 했어요.

교원들은 이 같은 딥페이크, 부적절한 사진 합성 등을 예방, 근절 방안으로 ‘가해자 처벌 강화 및 교육 의무화’(64.1%)를 1순위로 꼽았다.

이어 ‘딥페이크물 등에 대한 탐지‧필터링 기술 고도화’(11.8%), ‘정보통신사업자 책임, 관리 강화’(7.1%), ‘학교 예방교육 강화’(7.0%), ‘가정교육의 역할 강화’(5.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딥페이크 등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성폭력범죄처벌법 개정안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 개정안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교총은 “졸업앨범에서 담임 등 교원들의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사제 간 사진 촬영마저 피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씁쓸하다”며 “앞으로 기술 발달에 따라 딥페이크 등의 범죄와 그 피해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종 범죄와 교권 침해 유형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철저한 대응 방안과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국교총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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