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강경투사 일관한 尹대통령… 우호 여론의 ‘지지 철회’ 초래[Deep Read]

2024. 10. 1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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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우의 Deep Read - 尹정부 의료개혁 여론 변화
초기 강력 지지받았던 의대 증원 이슈… ‘타협의 봉쇄’ 이어지며 정권의 동력에서 부담으로
대통령은 최전선의 싸움꾼 아닌 중재자이자 갈등 해결자… 잘못된 포지셔닝이 ‘화’ 키워

올해 의사 국가고시 응시생은 347명으로 지난해 3212명 대비 10% 수준에 그쳤다. 내년 초 시행될 전문의 자격시험을 볼 전공의도 예년의 2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미증유의 일이다. 의사들과 정부의 속수무책 대립이 미래를 위협할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초기 파격적 개혁안에 따른 절대적 지지 여론을 안고 출발했지만, 갈수록 과정의 투박함과 메시지 관리의 실패 및 타협의 봉쇄로 정권에 부담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정책 대결장의 투사 역할을 자임했던 윤 대통령의 잘못된 포지셔닝이 ‘화’를 키웠다.

◇개혁 초기 우호 여론

지난해 10월 대통령이 처음으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의지를 밝혔을 때 여론은 대단히 우호적이었다. 2006년 이후 19년째 의대 정원이 3058명으로 동결된 상황에서 의대 증원 계획은 굉장한 지지를 받았다. 다수 국민은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좌절된 이유가 의사집단의 기득권 지키기 집단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문재인 정부에서 시도하다 실패한 정책을 윤 정부가 재추진하는 것에 비판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의사협회는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며 크게 반발했지만 여론에 밀려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예고하자 정부는 필요하다면 업무개시명령권을 발동하겠다면서 개혁 수행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다. 올해 들어 지난 1월 9일 의대학장 모임에서 의대 증원 350명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동안 정부는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사태, ‘건설현장 건폭 대응’ 과정에서 공권력을 동원해 사태를 해결한 자신감이 있었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병원 이탈,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 등 의대 증원에 직접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의 집단행동이 시작됐다. 3월 들어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은 확산일로로 치달았다.

그럼에도 불구, 당시 여론은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에 매우 긍정적이었다. 한국갤럽의 2월 3주차 조사에 따르면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답한 비율이 76%에 달했다(이하 한국갤럽). 상당수는 의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도 73%가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 의대 증원에 부정적인 면이 많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윤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에 동력이 붙는 듯 보였다.

◇타협의 봉쇄와 반전

의료계의 반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강경일변도였다. 초기에 의료개혁 이슈는 의대 증원을 통한 의료서비스 개선이라는 긍정적 결과로 인식됐지만, 정부가 주장하는 2000명 증원에 따른 의대 교육의 부실화 문제가 관심사로 부각됐다. 의료계에서 2000명 정원 확대의 과학적 근거를 대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명확한 자료를 제시하지 못해 국민의 의구심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3월 들어서는 정부의 2000명 증원에 찬성하는 의견(47%)이 여전히 다수였지만 중재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41%)이 이전보다 늘어났다. 정부가 잘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38%)보다 잘못 대응하고 있다는 의견(49%)이 우세해졌다. 의대 증원의 정책 기조에는 찬성하나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점증한 결과다. 의대 증원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강경하기만 할 뿐 여론 수렴을 통해 정교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2대 총선을 9일 앞둔 4월 1일 윤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의대 정원 규모에 대해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하면 수용하겠다고 말했지만, 방점은 증원 규모를 줄일 의사가 없다는 입장에 찍혀 있었다. 윤 대통령은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이 갈수록 공고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5월 24일 정부는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1509명으로 축소했지만 갈등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모든 타협은 봉쇄됐고 여론은 반전됐다. 정부가 이탈한 전공의의 수련병원 복귀를 강제하는 듯한 메시지로 불필요하게 갈등의 수위만 높였다.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 중 의대 증원이 3월 5일에는 28%였는데 4월 23일에는 10%로 급격히 낮아졌다. 정부의 경직된 태도 속에서 장기화하는 의료대란이 대통령 직무수행에 반영됐고, 개혁 추진의 동력이었던 의대 증원 이슈는 정권의 부담이 돼버렸다.

◇동력에서 부담으로

여론은 정부와 의료계의 적극적인 해결책 모색을 요구했지만 전혀 진척이 없었다. 6월 초 정부는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 허용과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했지만 의사들은 오히려 집단휴진으로 맞섰다. 7월 9일에는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게 3개월의 면허정지를 하겠다던 방침을 철회했다. 내년 추가 전문의 시험 허용을 포함해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모든 행정절차를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정부의 잇단 말실수도 부정적 여론을 자극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응급실에 전화를 할 수 있으면 경증”이라고 말해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최근 ‘5년제 의대’를 언급했다가 주워 담았다. 의료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고위 공무원들의 잇단 실언과 탁상공론이 정부의 개혁 추진에 대한 불신만 높이게 했다. 여권의 위기감 속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선창으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추진됐지만 당정 간 이견으로 혼선만 야기됐다. 정부가 의료계의 반발에 잘못 대응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응답률은 반년 사이에 크게 늘어났다.

개혁안을 원천적으로 적대시하는 의료계에도 문제가 있지만 국정 운영의 근본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국민은 정부의 미숙하고 거칠며 투박한 개혁정책 추진에 실망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를 설득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고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개혁안을 준비한 후 국민을 설득했어야 했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여론의 지지를 동력화해야 집단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정책을 관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대국민 메시지 관리에도 실패했고, 의료계와의 타협 전략도 마련하지 않았다. 당정 협력을 이끌어 내지도 못했고, 컨틴전시플랜도 없었으며, 그 결과 초기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상실했다.

◇대통령의 역할

가장 아쉬운 점은 대통령의 ‘포지셔닝’이다. 민감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주무 부처와 장관을 전면에 내세우고 대통령은 수습 역할을 하는 것이 타협을 위한 좋은 전략이다. 대통령이 최전선에서 투쟁하는 모습으로 일관하면 중재자이자 갈등 해결자의 역할은 사라진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설명

‘여야의정’은 한동훈 여당 대표가 발의한 협의체. 의대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논의·조정한다는 입장에서 출발했지만 당정 간, 여야 간, 정치권·의료계 간 입장 대립으로 논의가 지지부진함.

‘5년제 의대’는 정부가 의료사태에 따른 의사 공급 공백을 막기 위해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줄이자며 내놓은 아이디어. 의료 교육체계 붕괴와 의료의 질 저하 등 우려로 유야무야됨.

■ 세줄 요약

개혁 초기 우호 여론 :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지난해 말 파격적 개혁안에 따른 절대적 지지 여론을 안고 출발. 여론은 정부의 강력한 개혁안에 매우 긍정적이었으며, 윤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에 동력이 붙었음.

타협의 봉쇄와 반전 : 하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정부가 비타협 전략으로 일관하면서 분위기가 반전. 대국민 메시지 관리에도 실패했고, 컨틴전시플랜도 없었으며, 그 결과 초기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상실하게 됨.

대통령의 역할 : 정책 대결장의 투사 역할을 자임한 대통령의 잘못된 포지셔닝이 ‘화’를 키워. 대통령은 강한 투사 아닌 중재와 타협을 제시했어야. 최전선에서 투쟁하는 모습으로 일관하면 갈등 해결자의 모습은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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