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금융 ‘파벌문화’ 쇄신, 대책이 아닌 실천 보여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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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서 있다는 심정으로 내부통제 문화를 바꿔 가겠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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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서 있다는 심정으로 내부통제 문화를 바꿔 가겠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처음으로 국정감사장에 선 임 회장은 “기업문화를 달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교육을 해야 하고 엄정한 신상필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런 올바른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연이은 수백억원대 횡령과 부당 대출 사건이 발생한 우리은행의 조직문화는 한두 해에 고착된 것이 아니다. 취재를 통해 만난 다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특유의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출신 성분에 따라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 밀고 당겨주며 이익을 취하는 행위가 만연한데 이런 행위가 내부에서 곪아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통합에 이어 2001년 평화은행까지 흡수하며 출범한 우리은행은 매번 극심한 파벌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은행장 선발 과정에서도 한일·상업 출신의 균형을 맞춰 안배해야 했고 이런 관행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런 음지 문화는 결국 대규모 부정대출과 횡령 등 금융사고를 초래했다.
외부출신인 임종룡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조직을 개혁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다. 인사권을 가지고도 지금까지 잘못된 조직문화를 개선하지 못했고 관련 금융범죄를 사전에 막지 못했으며 감독 당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비판하는 점도 임 회장의 조직관리 부분이다. 금감원이 금융권의 투명한 지배구조와 조직문화를 여러 차례 강조했으나 임 회장 역시 기존 조직문화에 동화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임 회장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여러 은행이 합병해 설립된 통합은행이란 측면, 오랜 기간 민영화되지 못한 역사 등으로 은행에 분파적이고 소극적인 문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이런 문화를 없애지 않고선 우리은행이 바로 설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조직쇄신 정책을 새롭게 공개했다. 이번 사태가 제왕적 권한으로부터 비롯된 만큼 회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계열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로 했다.
다만 사고가 발생하고 난 뒤 여론 수습과 이미지 관리를 위한 ‘땜질식’ 처방은 약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책이 형식만 만드는 수준에서 끝난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미 지난 2022년 우리은행에서 일어난 700억원대 횡령 사고 이후 확인했듯 대책과 실천은 다르다. 당시에도 임 회장은 우리금융의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최우선 경영 방향으로 제시하고 대대적인 내부 변화를 꾀한다고 밝혔으나 쇄신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제는 대책이 아닌 실천을 보여줄 때다. 임 회장은 우리은행을 변화시키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이번 사고가 내부통제를 더 견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우리은행의 약속이 또 다른 공염불이 될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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