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컷’에 정상화된 美 장단기 금리차… 경기 침체 신호일까 ‘갑론을박’

최온정 기자 2024. 10.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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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년-2년 금리, 6일부터 플러스 전환
美 침체기 7번, 장단기 금리 역전 뒤 발생
’침체 안 온다’ 주장도… “경제지표 탄탄”
침체기에도 주식 등 자산시장 활황 가능성

2년 넘게 역전됐던 미국의 장·단기 국채금리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빅컷(금리 0.5%포인트 인하)’ 이후 정상 궤도로 돌아오면서, 일각에서 경기 둔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역사적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된 후 경기 침체(국내총생산이 2분기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가 발생한 적이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경기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최근 공개된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의 예상보다 견고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기 침체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경기 침체가 발생하더라도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맞물려 주식시장은 활황을 나타낼 수 있어 경제주체가 체감하는 침체 정도는 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 美 10년·2년물 금리 역전, 2년 3개월만에 해소

15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22년 7월 6일(-0.06%p, 2년물 2.99%·10년물 2.93%)부터 2년 2개월동안 역전됐던 미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이는 이달 6일(+0.06%p, 10년물 3.72%·2년물 3.66%)부터 플러스(+)로 전환됐다.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미국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 이후 단기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정상화된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장단기 금리차는 10년물 국채금리에서 2년물(혹은 3개월물) 국채금리를 뺀 값이다. 정상적인 경제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 규모가 커지므로, 미래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장기금리는 단기금리보다 높게 형성된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면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빠르게 하락해 금리가 역전된다.

물론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다고 해서 경기 침체가 바로 도래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지표가 악화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경제활동을 줄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지표가 악화되면 침체가 본격화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단리 금리 인하)는 종종 경제 침체의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져 경기 둔화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1962년 이후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된 후 해소된 사례는 총 15번이다. 이 중 미국 경제는 1970년과 1974년, 1980년, 1981년에 장단기 금리가 정상화되기 전 침체에 진입했다. 그 외 9번은 금리 역전이 해소된 후 1년 이내에 침체가 나타났다.

과거 침체기에 대한 학습효과로 2022년 7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처음 나타났을 당시 미국에서는 곧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했다. 2022년 말 블룸버그가 미국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8명의 경제학자 중 70%는 2023년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미국 경제지표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런 우려가 사그라들었지만,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되자 경기 침체 가능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일부 지표도 경기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달 26일 미국 민간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자체적으로 집계한 ‘8월 경기선행지수(LEI)’가 100.2로 집계되면서 6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제조업 근로시간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 10개 경기선행지표를 반영한 것으로, 작아질수록 침체 위기가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역사적으로 보면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는 공식이 거의 틀리지 않았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역사적 패턴이 다 깨져버렸다고 하더라도 지금부터는 적어도 시장에서 리세션 얘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 “고용 탄탄… 美 대선 지나면 경제 연착륙할 것”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거와 같은 경기 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4일(현지 시각)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9월 비농업 취업자 수는 25만4000명으로 집계되면서 시장의 예상(15만명)을 크게 뛰어넘었다. 지난 7월 4.3%까지 올랐던 실업률도 9월에는 4.1%까지 내려갔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 수준은 경기 정상화를 가리키고 있다”면서 “소비와 제조업 경기 등 일부 지표가 안좋긴 하지만 대선이 지나면 연착륙 쪽으로 완전히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연준의 금리 인하도 이런 추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통상 금리 인하는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시켜 내수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픽=손민균

장단기 금리 역전 해소로 경기 침체기가 오더라도 경제 주체가 체감하는 침체 정도는 약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이 수반될 경우 자산시장을 구성하는 한 축인 증권시장이 상승장으로 돌아설 수 있어서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4분기 연속 GDP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2020년에도 주식시장은 활황을 나타낸 바 있다. 2020년 3월 1500선 밑으로 내려갔던 코스피는 그 해 11월 2600선을 넘어섰다. GDP 상승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이듬해 1월에는 3000선을 단숨에 넘겼고, 7월에는 사상 최고치인 3305.21을 기록하기도 한다.

강승원 팀장은 “주식시장은 금리인하의 성격에 따라서 다르게 반응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보험용 인하의 경우 상승장으로 이어졌지만, 경기 침체가 가시화된 후 금리인하가 단행되면 하락장이 나타났다”면서 “경기 침체가 발생하더라도 주식 시장이 강한 모습을 보인다면 침체의 정도는 약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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