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호주인들의 자연·운동·예술 사랑
여행은 사람을 젊고 행복하게 만든다. 세계 6번째 큰 나라인 호주를 다녀왔다. 한국(10만㎢)보다 77배나 큰 770만㎢의 광활한 면적과 엄청난 지하자원을 보유한 혜택 받은 나라.
고교 동창 몇명과 시드니항과 하버브리지가 훤히 내다보이는 왓슨스 베이 언덕 빌라를 빌렸다. 아름다운 해변가, 평화로운 바다와 수평선, 푸른 하늘, 쭉쭉 뻗은 수목, 야생 앵무새들을 바라보며 서울에서 느낄 수 없는 정취를 느꼈다.
오전 5시 반 일출을 보려고 동네로 나오니 원 세상에... 운동하는 사람들 천지였다. 뛰는 사람, 걷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마치 주말 한강 변이 연상됐다.
이런 모습은 가는 곳마다 반복됐다. 시드니에서 900km 떨어진 관광의 도시 브리즈번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에서 평일에도 카누, 카약과 조정을 즐기는가 하면, 오후4~5시 일과를 마치면 각종 커뮤니티 클럽을 중심으로 조깅, 사이클링, 철인3종, 테니스, 크리켓, 럭비를 하며, 인근 골드코스트에선 수영, 서핑, 낚시 등 수상스포츠가 생활화돼 있었다.
현지 교포에 따르면 국가 신체 활동 지침으로 어린이는 매일 최소 60분의 신체활동이 권장되며, 초·중·고 학교에선 공부 못지않게 운동을 중요시여겨 학년이 올라갈수록 농구, 럭비 등 팀 스포츠는 물론 체조, 무술 등 고급스포츠를 1인1기(技) 의무화시키고 있다.
공부가 제일이 아니고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선하게 살아갈 것을 추구하다 보니 한국처럼 ‘중2′, ‘고3′병이 없다고 했다.
올 파리올림픽 때 인구 2600만명에 불과한 호주가 세계 인구 대국인 미국(3.3억), 중국(14억), 일본(1.2억)에 이어 메달 순위 4위(53개)를 기록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스포츠뿐 아니라 호주인들의 예술사랑도 대단했다. 우연히 브리즈번 한인교포들의 정기 음악회에 가볼 기회가 있었는데 평범한 10대 한인 청소년들의 섹소폰, 피아노, 댄스 실력이 수준급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각예술, 음악, 댄스에 대한 교육이 우리처럼 형식적이 아니라 비중 있게 다뤄지며 중-고로 올라갈수록 작곡, 연주 기법을 배우며 학교 밴드, 오케스트라에 가입해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리즈번 소재 퀸즐랜드 음악전문대학(Queensland College of Music・QCM) 교장인 수잔 김씨는 “청소년 시절 섹소폰, 드럼,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악기 하나는 다룰 수 있는 수준이고, 나이, 직업과 관계없이 연주, 작곡, 클래식, 그리고 재즈, 팝과의 크로스오버 등 실용 음악도 배운다”고 전했다.
이 대학은 이처럼 호주인들의 생활화된 음악 사랑과 최근 떠오르는 K-팝의 열풍 무드를 겨냥해 이곳에서 사업에 성공한 김진성 전 호주 한인회 총연합회장(82)이 2013년 설립한 학교로, 음악 2・3・4급 자격증과 석사, 고급 디플로마 과정을 통해 연주자와 교사를 양성하고 있다. 클래식을 공부하려는 한국 유학생, 반대로 K팝을 배우려는 호주 젊은이들의 가교 역할이 기대된다.
내년에 졸업 50주년을 맞는 고교 동창 5명의 8박9일 여행은 무사히(?) 잘 끝났다. 워낙 격(格)이 없는 사이라 간혹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었지만, 큰 소리 한번 없이 소년처럼 웃고 떠들며 지냈다. 아마도 자신을 내려놓고 상대방을 생각할 줄 아는 ‘연륜’이 좀 쌓였다고 할까.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는 8년 뒤 2032 브리즈번 올림픽 때 다시 여행 오기로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심신의 건강이 중요하다. 호주인들처럼 자연과 운동, 문화예술의 생활화가 해답이다.
내가 사는 서울은 좁지만 갈 데는 많다. 한강, 청계천, 남산, 인왕산, 북한산, 안산, 아차산, 관악산, 대모산, 구룡산, 우면산, 양재천, 우장산, 용산가족공원, 올림픽공원.... 또 구청을 비롯 지방자치단체나 민간단체가 주최하는 문화 행사도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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