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문해력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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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인 조카와 여행할 때의 일이다.
조카는 사고가 다발로 일어나는 곳이냐고 했다.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라는 의미는 같다.
책 읽기를 통해 얻어지는 사고력과 창의력 등이 모두 문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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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인 조카와 여행할 때의 일이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는데 ‘사고다발지역’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조카는 사고가 다발로 일어나는 곳이냐고 했다. 함께 있던 가족들이 한참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라는 의미는 같다. ‘사고 많은 곳’이라 하면 될 것을 ‘다발(多發)’이란 한자어를 쓴 것은 아쉽게 느껴진다.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걱정이 많다. 문해력(文解力)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 단어 자체의 뜻부터 쉽지 않다.
한국교총이 최근 전국 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학생 문해력 실태 교원 인식조사’를 했다. 5천848명의 교원 중 92%가 학생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답했다. 단어를 설명하느라 진도를 못 나가고,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 치르기 곤란할 정도라고 했다.
사례는 많다. 금일을 금요일로 알고 있고,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두발 자유화를 두 다리가 자유로운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가로등은 세로로 서 있는 데 왜 가로등이냐는 질문, 우천시는 어디에 있는 도시냐는 질문도 있단다.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설명하는 교사가 욕(시발)을 했다고 오해한 경우도 있다. 중3 학생이 나라의 대표 도시인 ‘수도’의 뜻을 모르거나 고교생이 ‘혈연’, ‘풍력’의 뜻을 모르는 사례도 있었다.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과 독서 부족을 꼽는다. 하지만 성인들도 책을 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는 핸드폰을 그만 보라고 하면서 어른들은 종일 끼고 산다. 어른이나 아이 모두 스마트폰 중독이다.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게 우리 현실이다.
책 읽기를 통해 얻어지는 사고력과 창의력 등이 모두 문해력이다. 어른들이 먼저 책을 읽어야 아이들도 따라 읽는다. 아이들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책 읽는 분위기 확산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서점 오픈 런을 하고, 예약 대기를 걸어가며 책을 잔뜩 사놓고 읽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는 풍경을 보고 싶다. 문해력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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