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고려아연 지분 5.3% 추가… 과반 확보엔 실패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MBK가 14일 마감된 주식 공개 매수에서 지분 약 5.3%를 확보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기존 지분 33.1%에 더해 총 지분이 약 38.4%로 애초 목표로 삼았던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다. 다만 주주총회에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사실상 과반에 바짝 다가서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23일까지 진행되는 최 회장 측 자사주 공개 매수가 끝난 뒤, 결과에 따라 주주총회 등에서 경영권을 둔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날 MBK 측은 “오늘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진행하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 매수가 중단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MBK와 영풍은 최윤범 회장 측의 자사주 공개 매수 절차가 끝나는 대로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해 이사회 이사 변경을 표결에 부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MBK 쪽 공개 매수 결과가 나온 후 “상대가 제시한 목표치에는 미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주들의 지속적인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지난달 13일 이후 양측이 총 3차례 공개 매수 가격을 높이는 등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최대 7조원대 분쟁으로 규모가 커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일 공개적으로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하겠다”면서 과열에 대한 경고를 할 정도였다.
이날 MBK 측 공개 매수는 끝이 났지만, 양측은 향후 공개 매수와 시장에서 지분 확보를 위해 더 치열하게 경쟁하게 됐다. 우선 오는 23일까지인 최윤범 회장 측의 자사주 공개 매수가 관건이다. 현재 34% 안팎의 우호 지분이 있는 최 회장 측은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MBK에 맞서 고려아연 법인이 회사 자금으로 자기 주식을 사는 자사주 매수 전략을 쓰고 있다.
공개 매수로 최대 20%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 후 이 중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17.5%는 소각하고 우군인 베인캐피탈이 매입하는 2.5%만 우호 지분으로 삼아 최대 36.5%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체 주식 수가 줄면서 최 회장 측이나 MBK 측 기존 지분 가치(현재 38.4%)가 더 커지게 된다.
재계와 자본시장에 따르면, 이 과정을 거치면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고 MBK 측은 최대 48%, 최 회장 측은 최대 45% 안팎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나머지 7% 지분이 경영권 향방을 가를 ‘캐스팅보트’가 되는 셈이다. 이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의 싸움이 앞으로 남은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가르게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 청약에 누가, 얼마나 응할지, 주주총회 등에서 양측에 새로운 우호 세력이 등장할지 등이 분쟁의 결과를 좌우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와 자본시장 등에서는 예상보다 MBK 측이 선전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공개 매수를 하는 최 회장 측은 지난 11일 1주당 89만원으로 MBK 측(83만원)보다 매수 가격을 높였다. “더 비싸게 주식을 사줄 테니, MBK 공개 매수에 응하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인데, 기대보다 더 많은 투자자들이 MBK 측에 주식을 넘기기로 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원래 50만원 안팎이었던 주가가 80만원 전후까지 오르면서 빨리 차익을 보려 했던 주주들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매입이 향후 법원 결정으로 중단될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일 최윤범 회장 측이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자, 당일 MBK 측은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를 대량 매입해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것은 배임 소지가 있다”면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만약 법원이 MBK 측 손을 들어줄 경우 고려아연 측 공개 매수 자체가 불발될 수 있고, 주가도 하락해 결국 수익을 실현할 기회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오는 18일 시작되는 법원 심리는 최 회장 측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고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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