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驛舍에 채운 생명력… 24일까지 김병종 전시회

옛 서울역에 고향으로 향하는 ‘동심 열차’가 섰다. 역사에 들어서면 유년 시절의 공감각이 펼쳐진다. 싸락싸락 댓잎이 부대끼고 황금빛 송홧가루가 흩날린다. 그림 속 생명력이 역사를 가득 채웠다.
김병종(71) 화가의 대표작 등 170여 점을 한자리에 모은 ‘생명광시곡, 김병종’ 전시가 이달 24일까지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구 서울역사)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 대표 화가 중 한 명인 김병종(서울대 명예교수)의 작품 세계를 집약해 볼 수 있는 자리다.
한국의 전통 재료와 미감을 바탕으로 하지만, 현대적이고 과감한 표현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어떤 연령대의 관람객이 보더라도 좋을 전시다. 작가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아우른다는 평을 받는다. 1990년대 이후 그의 그림을 꿰뚫는 주제는 근원의 ‘생명력’이다. 역사 중앙홀·대합실 등에서 강렬한 대형 그림들을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만나는 일곱 점의 ‘풍죽’ 연작은 대나무숲 소리를 파란색의 댓잎으로 시각화한 작품이다. 조금씩 빽빽해지고 깊어지는 대나무잎 옆을 걷다 보면 생명과 인생사의 흐름도 느껴진다. 그다음은 환희의 노랑이다. 송홧가루가 날리는 모습을 노란 점을 가득히 그려 표현한 ‘송화분분’ 연작은 작은 생명들이 만드는 몽환의 향연이다. 소나무가 많은 남원의 한 마을에서 태어난 작가는 자신의 유년 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많은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낭만을 지난 뒤엔 원초적인 순간이 찾아온다. 생명 그 자체를 상징하는 거대한 꽃을 그린 ‘화홍산수’ 연작과, 먹을 이용해 강렬한 필치로 숲의 구성원들을 포착한 ‘숲에서’ 연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발표 당시 ‘신성 모독’ 논란도 있었던 1980년대 작품 ‘바보예수’도 볼 수 있다.
문필가로도 활동한 작가의 이모저모도 만날 수 있다. 여행을 하며 그린 소품들과 그가 쓴 글, 벗 삼았던 붓들과 수집품 등이 전시됐다. 그가 스크랩한 조선일보 문화면도 나왔다. 작가는 1998년 조선일보에 ‘김병종의 화첩기행’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연재했다. 옛 서울역사 자체가 국가유산(문화재)인 터라 작품과 함께 전시 공간을 둘러보는 재미도 더해진다. 관람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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