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정치·사회] 이재명 대표가 말하는 민주주의는?
“일을 제대로 못 하면 혼을 내 선거에서 바꾸고,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다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대의 정치(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10월 5일 인천 강화 군수 재·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한 말이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일 것 같지만, 이는 동의하기 어려운 말이다.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법치의 확립이다. 법치란, 법에 의한 지배를 뜻한다. 그런데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해서 대통령을 끌어 내릴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법치가 아니다.
민주당은 탄핵을 쉽게 입에 올리며, 일부 장관과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실제로 발의하고 있지만, 탄핵 요건이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해서’가 될 수는 없다. ‘선거를 기다리지 못할 정도의 심각함’이라는 것은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만일 탄핵을 주관적 판단에 의해 추진한다면, 이는 특정 진영 마음대로 대통령을 갈아 치울 수 있다는 논리가 된다. 또한 이 대표는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임기제’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대통령제 유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기둥’ 중의 하나가 바로 임기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임기를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건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법률가 출신인 이 대표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측면을 종합하면, 선거를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서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치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주장임을 알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 대표는 자신의 주장이 대의 정치라고 주장하는데, 이것도 착각이다. 대의 민주주의의 가장 큰 단점은 ‘시간의 지연’이다. 정치인을 잘못 선출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다음 선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단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역으로 이런 단점 덕분에 임기를 보장할 수 있고, 대의 민주주의 3요소 중의 하나인 ‘책임성’을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가 현재로써는 가장 합리적인 제도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 민주주의를 대신할 수 있는 획기적 제도라고 주장하며, 인터넷을 통해 직접 민주주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논지를 펴지만, 이는 포퓰리스트적인 주장일 뿐이다. 인터넷 혹은 SNS 공간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는 것은 맞지만, 이들은 전체 유권자에 비하면 지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직접 민주주의라고 할 때는, 선거와 같이 고른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환경이 전제돼야 하는데, 특정 소수의 목소리가 지배하는 현재의 인터넷 환경에서는, 소수가 과대 대표되는 현상만이 존재할 뿐이어서, 이를 직접민주주의를 위한 환경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직접민주주의를 가장한 ‘소수에 의한 독과점 지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의민주주의에서 존재하는 ‘시간의 지연’ 문제는 분명 단점이지만, 그럼에도 선거를 기다리는 것이 바로 법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이재명 대표가 언급한 대로 정치 체제를 운영하려면, 내각제로 개헌해야 한다. 민주당은 어차피 개헌을 주장하고 있으니, 차제에 내각제 개헌을 하자고 주장하면 될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단순히 야당의 대표가 아니다. 거대 야당의 대표이자, 입법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 인물이, 이런 식의 언급을 해서는 곤란하다. 이 대표는, 본인의 언급이 탄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이런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큰 정치를 바라는 국민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환일고 △고려대 정치외교학 △프라이부르크대 정치학 석·박사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전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전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전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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