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66] 아, 2024 노벨상
어느 해보다 올해 노벨상은 참신했다. 신경망 인공지능의 대부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제프리 힌턴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알파고를 갖고 한국을 방문한 데미스 허사비스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알파폴드 개발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마이크로RNA(miRNA)의 유전자 조절을 규명한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에게 돌아갔다. 마이크로RNA 분야를 개척한 김빛내리 교수와 인공지능을 통한 단백질 연구 선구자인 백민경 교수가 아깝게 노벨상을 놓쳤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렇지만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에 전 국민이 행복해서 그런지, 올해는 노벨 과학상 불발에 대한 자조 섞인 한탄은 별로 없는 거 같다.
올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모두 한 분야를 개척해서 ‘일가를 이룬’ 사람이다. 기호 인공지능 패러다임이 지배적이었던 시절, 힌턴은 신경망 인공지능이 가능할 뿐 아니라 기호 인공지능보다 뛰어날 수 있다고 믿고 이를 증명하는 데 일평생을 바쳤다. 기존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이런 업적은 옛 패러다임을 고수하는 학자들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미국 학계가 새 이론에 개방적일지라도, 올해 노벨상을 받은 앰브로스는 마이크로RNA 연구를 담은 획기적 논문을 낸 뒤에도 하버드 대학에서 종신교수가 되지 못하고 다른 대학으로 옮겨야 했다.
노벨상의 역사를 뒤져보면 나중에 노벨상을 받은 논문이 처음에는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국제 학술지 ‘피직스 레터스’(Physics Letters)는 힉스 입자를 예견한 피터 힉스의 논문에 퇴짜를 놓았고, 고교 생물학 교과서에 나오는 크렙스 사이클을 주창한 한스 크렙스의 논문도 네이처지(誌)가 출판을 거부했다. 그렇지만 외국에서는 이런 연구를 낸 연구자가 계속 살아남아 연구하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우리 사회는, 우리 과학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연구를 격려하고 있나? 실제로는 적당한 수준의 연구에 만족하면서 노벨상 철에만 혁신적 연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아닌가? 1년에 한 번 있는 노벨상 발표 때라도 우리 스스로 진심 어린 반성과 성찰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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