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권선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연구소장 “‘배터리 굴기’ 中에 맞서려면 정부 지원 필수” [차 한잔 나누며]
美도 공급망 관리 위해 큰 주목
“韓 품질 좋지만 가격 경쟁력 밀려
소재 살아야 K배터리도 날죠”
노권선 에너지소재연구소장은 하이니켈 배터리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차이점을 설명하던 중 배터리 화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무슨 말일까.
14일 업계에 따르면 LFP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높은 기존의 하이니켈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지만 안전성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소장은 이에 “니켈이 증가할수록 절대적 안전성은 낮아지는 게 맞다”면서도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하이니켈 배터리를 쓸 수밖에 없고, 그래서 배터리사들은 하이니켈 소재의 안전성을 개선해 왔다. 그 개선된 소재로 배터리를 디자인했다는 것은 이미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설계, 생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에 나온 하이니켈 배터리가 구조·설계상의 결함으로 폭발할 확률은 0%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배터리 화재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노 소장은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이다. (설계가 아닌) 그 배터리 자체의 결함이 문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기차 주행으로 배터리에 쌓이는 충격 등 외부 요인, 배터리 내 이물질 등 내부 요인이다. 외부 요인은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지만 내부 요인은 생산 과정, 기술력으로 보완이 가능하다.
노 소장은 포스코퓨처엠의 공정을 예로 들었다. 그는 “배터리 4대 소재(양·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를 생산할 때 공기 중에 있는 철, 구리, 아연 등 이물질이 존재할 수 있는데, 아주 적은 양이라도 문제가 될 수 있어 10억분의 1(ppb) 단위로 관리한다”며 “그래서 이중 제거 장치가 필요하다. 공장으로 유입되는 외부 공기에서 1차로 이물을 걸러내고, 그 공기가 소재에 들어가기 직전에 다시 3중 헤파필터를 거치게끔 해 완전히 걸러낸다”고 말했다.
노 소장은 점차 두드러지는 ‘배터리 굴기(崛起·떨쳐 일어남)’의 나라 중국에 대해선 “아주 훌륭한 경쟁자”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예전엔 기술력이 떨어졌을 수 있지만 지금은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수준이 상당히 올라와 있다”며 “배터리 산업 종사자도 굉장히 많고 연구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다만 수율(收率)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 소장은 “중국 배터리가 성능은 뛰어나지만 한 가지 의심되는 점은 품질의 균일성이다. 한국 업체들보다 불량의 허들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 내수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납품한 실적이 많지 않은 점도 향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소장은 최근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공장 가동률이 40%대로 떨어진 것도 중국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품질이 우수해도 배터리 업체에서 선뜻 주문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국과 가격 경쟁력 격차가 벌어져 있어서다. 노 소장은 “중국은 환경규제가 덜하고 흑연 광산이 많지만, 우린 환경 투자비용이 비싸고 원료 자체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두 가지는 불가피한 비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 1∼2년 새 전기료가 크게 인상된 것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음극재 양산은 포스코퓨처엠의 자부심이다.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서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음극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다. 지난 7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미국 배터리 산업의 공급망 점검 차원에서 경북 포항에 있는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공장을 찾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노 소장은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한 탈(脫)중국 음극 업체로 살아남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은 결국 좋은 배터리 소재가 극복할 것이다. 소재 업체가 살아야 K배터리도 글로벌 무대에서 날 수 있다는 얘기”라며 “(단가 등) 근본적으로 사업환경이 달라 따라잡기 힘든 부분은 당분간만이라도 정부가 보조해 주지 않으면 극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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