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양국론’ 강조에 발끈…중, 대만 포위훈련으로 압박

박은하 기자 2024. 10. 1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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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십절 연설 이후 나흘 만…항공모함까지 이례적 투입
중 “독립 세력에 경고” 13시간 만에 종료 …미 “자제를”

중국군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건국기념일(쌍십절) 연설 나흘 만인 14일 대만을 포위하는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 라이 총통의 “중국과 대만이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는 발언에 대응한 조처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사령부는 이날 오전 5시(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 공식 계정에서 “전구 육군·해군·공군·로켓군 등 병력을 조직해 대만해협과 대만 섬 북부·남부, 섬 동쪽에서 ‘연합 리젠(날카로운 칼)-2024B 연습’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리시 동부전구 대변인은 “이 훈련은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의 ‘독립’ 도모 행동에 대한 공포의 경고이자 국가 주권과 국가 통일을 수호하는 정당하고 필요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중국군의 대만 포위 훈련은 5개월 만이다. 라이 총통의 지난 10일 113주년 대만 국경대회 기념사 발언을 문제 삼은 조처이다. 라이 총통은 당시 “지금 중화민국(대만)은 이미 타이·펑·진·마(대만 본섬과 펑후, 진먼, 마쭈)에 뿌리내렸고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며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대만과 중국이 별개의 나라라는 ‘신양국론’이다.

앞서 중국군은 지난 5월23~24일에도 같은 달 20일 라이 총통의 취임 연설을 문제 삼아 대만 포위 훈련인 ‘연합 리젠-2024A 연습’을 벌였다. 동부전구 사령부가 공개한 지도에 따르면 이날 훈련은 대만 섬과 부속섬을 둘러싸고 총 9곳에서 전개됐다. 로이터통신은 대만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대만 주요 항구 두 곳을 봉쇄하고 국제 해상 교통을 차단해 외국군의 지원을 막는 훈련을 벌이고 있으며 미사일을 발사한 흔적이 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중국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훈련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홍콩 명보는 “중국 하이난성 싼야 군기지에 정박했던 랴오닝함이 전날 필리핀과 대만 사이의 바시해협 인근으로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랴오닝함이 대만 동부에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는 훈련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이 대만 봉쇄 군사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항모를 동원하는 것은 흔치 않다.

대만 총통부는 “중국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현상을 방해하고 대만의 민주적 자유를 위협하는 군사적 도발을 삼가야 한다”고 밝혔다. 우자오셰 국가안전회의 비서장은 이날 “중국이 대만의 선의의 메시지를 무시했다”며 “군사력을 사용하여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것은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유엔 헌장의 기본 정신에 어긋난다”고 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에 자제력을 갖고 행동하고 대만해협과 더 넓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할 수 있는 추가 조치를 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리시 대변인은 훈련 시행을 발표한 지 13시간 만인 이날 오후 6시에 “‘연습’의 각 과목을 원만하게 완료했다”며 종료를 알렸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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