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노벨상] ‘부국과 빈국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노벨위원회가 인정한 세 교수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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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런 아세모글루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와 사이먼 존슨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가 간 번영의 차이를 설명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들의 연구는 사회 제도가 국가의 번영을 좌우한다는 것을 역사적 사례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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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차이가 원인… 착취적 제도는 기술 발전 막아
“민주화 위해선 엘리트 아닌 대중이 권력 잡아야”
노벨위원회 “국가 번영과 사회제도 간 관계 입증”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런 아세모글루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와 사이먼 존슨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가 간 번영의 차이를 설명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들의 연구는 사회 제도가 국가의 번영을 좌우한다는 것을 역사적 사례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4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세 교수는 유럽 식민지 개척자들이 도입한 다양한 정치·경제 시스템을 분석해 제도와 번영의 관계를 입증했다. 이들은 또 제도의 차이가 왜 지속되는지, 제도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을 개발했다.
◇ 정치·경제 체제의 차이가 국가 번영도 결정
세 교수는 연구에서 가난한 국가들은 이전보다 부유해졌지만, 가장 번영한 국가들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들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상위 20%의 부국은 하위 20%의 빈국보다 약 30배 더 부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 교수는 제도적 차이가 이러한 격차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그들은 노갈레스(Nogales)시(市) 사례를 들었다. 노갈레스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있는 도시다. 애리조나주(州)에 속해 미국의 경제·정치 시스템의 혜택을 누리는 북쪽은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평균 수명이 긴 반면, 멕시코 노갈레스주에 포함된 남쪽은 상대적으로 가난하다. 지리·기후적 특징이 같더라도 어떤 제도를 채택했느냐에 따라 번영 수준이 달라진 것이다.
식민지 초기에 도입된 제도의 차이는 오늘날 번영의 차이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통상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착취적 제도가,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포용적 제도가 형성됐다. 다만 기술 혁신에 따른 경제 성장은 포용적 제도가 형성된 지역에서만 효과를 발휘했다.
예를 들어 18세기 중반까지 인도의 산업 생산량은 미국보다 높았지만, 19세기 초부터 이러한 상황이 역전됐다. 지금은 식민지화 당시 가장 부유했던 지역이 현재 가장 가난한 지역이 됐다. 이는 식민지 제도가 장기적인 번영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세 교수는 유럽 출신의 정착자 수에 따라 다른 제도가 채택됐다고 봤다. 정착자가 많을수록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경제 시스템이 도입됐지만, 질병이 만연해 정착자 수가 적은 지역에서는 착취적 제도가 도입됐다. 질병이 창궐했던 지역은 현재 가장 가난하고 부패가 심하며 법치가 약하다.
이들의 연구는 국가의 번영에 대해 새로운 차원의 해석을 제공한다.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몽테스키외(Montesquieu)가 ‘법의 정신’(1748년)을 출간한 이래 학계에서는 온대 지역에 있는 국가가 열대 지역의 국가보다 부유하다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세 교수의 연구로 기후뿐만이 아니라 사회제도도 국부(國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입증됐다.
◇ ‘엘리트 중심’ 착취적 제도, 대중의 ‘동원력’으로 벗어나야
세 교수는 빈국이 부국이 되려면 착취적 제도에서 벗어나 포용적인 제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착취적인 제도는 사회 엘리트층(소수 권력층)에만 단기적인 이익을 제공하지만, 경제적 자유와 법치를 보장하는 제도는 나라 전체에 장기적인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의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엘리트층이 나서야 하는데, 이들은 자신이 입을 손실을 대중들이 보상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중들도 엘리트층에 의한 개혁을 신뢰하지 않는다. 엘리트층 혜택을 주는 정치 체제가 존재하는 한 개혁에 대한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세 교수는 대중과 엘리트층 간 갈등이 심해지면 민주주의 국가로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엘리트층이 두려워하는 ‘동원력’이라는 무기를 대중들이 가지고 있어서다. 대중이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 시위를 벌이면 엘리트층은 혁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다. 이 경우 엘리트층은 대중을 달래기 위해 권력을 유지하지 않고 민주화를 선택할 수 있다.
세 교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19세기 말~20세기 초 서유럽의 민주화 과정을 들었다. 영국에서는 참정권이 여러 단계로 확대됐는데, 각 단계마다 총파업과 광범위한 시위가 이어졌다. 영국 엘리트들은 이런 혁명 위협에 대처하지 못했고, 마지못해 권력을 넘겨줘야 했다. 1918년 12월 러시아 혁명 이후 광범위한 폭동 끝에 일반 참정권을 허용한 스웨덴의 상황도 비슷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에 대해 “국가의 번영을 위한 사회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면서 “법치가 열악한 사회와 인구를 착취하는 제도는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거나 변화하지 않는다. 수상자들의 연구는 그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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