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장애인 승하차 서비스 “택시 승강장까지 안 도와줘요”
인원 부족 이유로 중단해
승객 “규정 위반 적잖아”
고안나씨(32)와 고씨 어머니는 지난달 서울역에서 당혹감에 휩싸였다. 소아마비가 있는 고씨 어머니는 KTX를 탈 때마다 ‘교통약자 승하차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했다. 매번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이 고씨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워 택시 승강장까지 이동시켜줬는데 이번엔 달랐다. 직원은 역사 외부와 연결된 엘리베이터 앞에서 휠체어를 멈추고 고씨 어머니를 내리라고 했다. “택시 승강장까지는 어떻게 가야 하냐”고 고씨가 항의하자 코레일은 “원래 택시 승강장까지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이전까지는 직원 개인의 호의였다”고 답했다고 한다.
14일 경향신문이 윤종오 진보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코레일의 ‘장애인 승하차 도우미 업무 매뉴얼’에는 “고객을 하차 위치부터 ‘나가는 곳’까지 안내하거나 보호자에게 안내한다”고 돼 있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인원 부족으로 ‘택시 승차장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은 지난 8월 삭제됐다”고 말했다. 교통약자를 위한 서비스가 오히려 후퇴한 것이다.
코레일의 교통약자 배려 서비스는 매뉴얼의 구체성이 떨어져 빈틈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장에서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을 때 해결을 요구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 매뉴얼 개정과 제도 개선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체장애인 조봉현씨(66)는 2년 전 무궁화호의 휠체어석 표를 구매했으나 승무원들이 승차 준비를 미리 하지 않아 객차에 오르지 못했다. 조씨는 코레일이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연 회의에 참석해 “휠체어 이용객이 먼저 승하차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매뉴얼에 반영하라는 요구를 관철시켰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김필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실장은 “(휠체어 이용객들은) 역사에 15~20분 정도 미리 도착해달라는 안내를 받지만 대부분 가장 늦게 승차한다”며 “하차 시 ‘먼저 하차하겠냐’고 묻는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자주 있다”고 했다.
교통약자들이 승하차 서비스 종료 지점 확대나 휠체어 우선 하차를 요구하는 것은 다음 교통수단과 연계하는 문제 때문이다. 열차에서 지하철, 지하철에서 택시 등 교통수단을 옮기는 경로의 이동은 온전히 휠체어 이동자의 몫이다.
매뉴얼이 유명무실해지지 않으려면 충분한 교육과 함께 강제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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