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고려아연 지분 5.34% 추가 확보…경영권 확보에 한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9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매수에 나서게 된 배경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모펀드 운용사 엠비케이(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에 대해 진행한 공개매수를 통해 5% 넘는 지분을 추가 확보했다. 엠비케이와 영풍 쪽이 의결권 지분 가운데 사실상 과반에 가까운 상당 지분을 손에 쥐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한발 다가설 수 있게 됐다.

14일 영풍은 이날 마감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보통주 110만5163주의 청약이 접수됐으며, 이는 발행주식총수의 약 5.34%에 해당한다고 공시했다. 엠비케이와 영풍은 이를 주당 83만원에 전량 사들일 계획이다. 공개매수가 완료되면 영풍 쪽 지분은 기존 33.13%에서 38.47%로 늘어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우호적일 것으로 평가되어온 백기사 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 쪽 지분 34.0%를 넘어선 것이다.

판도는 영풍 쪽으로 기운 모습이다. 영풍 쪽이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14.56%의 지분을 사들이려는 계획이 모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대응한 고려아연의 반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회사가 취득하는 자기주식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만약 오는 23일 끝나는 고려아연 등의 공개매수에서 영풍 쪽에 팔린 물량을 제외한 모든 물량(251만7912주·12.3%)이 응한다고 가정해도, 의결권 있는 지분 기준으로 영풍 쪽 지분율도 44%로 오르게 된다. 최윤범 회장 쪽이 공개매수가를 높이며 영풍 쪽 매수를 원천봉쇄하려던 시도가 퇴색한 셈이다. 엠비케이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자평했다.

엠비케이와 영풍 연합은 공개매수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곧장 임시주총 개최를 청구할 계획이다. 주총을 열어 최윤범 회장에게 우호적인 이사들로 꾸려진 고려아연 이사회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장형진 영풍 고문을 포함해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광일 엠비케이파트너스 부회장은 “주총에 주주들이 100% 참석하지 않기 때문에 주총 참석 기준으로 따지면 (확보한 지분이) 과반을 넘는 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영풍 쪽이 임시주총을 청구해도 임시주총이 열리려면 고려아연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 이사회가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원 허가를 받아 임시주총을 여는 방법도 있는데, 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1∼2달이 걸려 올해내 임시주총이 열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