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잘 풀리는 사업가에 대한 단상
필자는 지난 14년간 투자자로서 다양한 성향의 창업자가 사업가와 기업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동안 창업자와 기업인을 보며 느낀 점을 얘기해 보기로 한다. 이 내용은 초기 창업자를 육성하는 과정에서 기업인으로서 소양과 기준을 세우는 데 사용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첫 번째, 카리스마 넘치는 사업가와 차분한 성향의 사업가. 개인적으로는 내성적으로 보일 만큼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의 창업자가 사업가로 성장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대부분 사람이 사업가는 뭔가 카리스마 있고, 자신감에 차 있으며, 저돌적인 사람들일 것이라는 환상이 있다. 하지만, 필자가 지켜본 잘 풀리는 사업가는 망하는 두려움을 안고, 망하지 않기 위해 늘 조용히 대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조용하게 직원과 고객, 투자자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말하기보다는 듣는 것에 집중하는 사람들이었다. 외향적인 성향의 사업가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조용히 다스리며 관리하고, 계획하는 데 힘쓰는 것이 사업의 성공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두 번째, 계획이 많은 사업가와 단 하나의 계획을 실행하는 사업가. 아이디어가 많은 사업가는 여러 가지 계획을 동시에 펼쳐놓는다. 그리고 어디에도 집중하지 못하거나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계획도 많고 실행력도 받쳐주는 창업자는 매우 큰 성장을 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단 하나의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과 전술을 써가며 되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는 창업자가 좋은 사업가로 성장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사업가는 계획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행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세 번째, 회사 밖 파트너십을 잘 만드는 사업가와 회사 내 구성원을 잘 만드는 사업가. 둘 다 사업가의 중요한 소양이다. 회사 내·외부에 편을 만드는 것은 사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미션인데, 우선순위가 있다면 회사 내 구성원을 발굴해 영입하는 것이 1순위이고, 회사 밖 파트너십을 잘 구축하는 것은 그다음이어야 한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회사는 늘 회사를 이끌어가는 모든 구성원이 있기에 가능하다. 사업가는 채용 플랫폼에 좋은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직접 밖으로 나가 발굴하고 관계를 맺고 신뢰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네 번째, 완벽주의 성향의 사업가와 완성해 나가는 사업가.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완벽한 준비를 하는 성향의 사업가보다는 오히려 부족한 상태로 빠르게 만들어 검증과 보완을 하며 완성해 나가는 사업가가 훨씬 큰 성장을 한 경우를 많이 보았다. 완벽주의 성향의 사업가는 시장에서 모든 사람으로부터 환영받는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들이는 동안 타이밍과 바뀐 시장의 니즈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 것 같다. 이에 반해 시장에 빨리 내놓고 검증과 보완을 해 나가며 시장의 변하는 니즈를 반영해 나가는 사업가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시장의 변화에 잘 적응해 나간 경우가 많다.
다섯 번째, 아이템과 기술을 얘기하는 사업가와 시장과 고객에 대해 얘기하는 사업가. 투자를 유치하고, 투자자와 소통이 잘되는 사업가의 공통적인 특징은 시장의 변화와 미세한 이상 현상을 잘 포착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시장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은 우리 사업의 미래 어느 시점의 생존을 걱정한다는 것이고, 아이템과 기술이 앞으로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의 기준이 된다. 일례로, 고급 인재를 영입할 때, 아이템에 대한 소통으로 영입한 인재는 B급 인재, 시장의 변화에 대한 소통으로 영입한 인재는 A급 인재일 확률이 높다는 얘기가 있다.
이미 대성한 사업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창업자가 사업가의 면모를 갖춰나가는 과정에서 위의 내용은 십수 년간 지켜보고 내린 의견이므로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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