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바닷속 폐어구 실태 조명 ‘죽음의 바당’…대책은?

문준영 2024. 10. 14. 19: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S 제주] [앵커]

앞서 보셨듯이 KBS제주총국은 지난달 개국 74주년을 맞아 바닷속 폐어구 실태를 조명한 보도특집 '죽음의 바당 2부작'과 기획보도를 이어왔는데요.

방송 이후 정부가 폐어구 발생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적지 않은 반향이 일었는데요.

오늘은 취재기자와 바닷속 현장의 실태, 그리고 정부가 마련한 대책에 대해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문준영 기자 자리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문 기자, 바닷속 폐어구를 취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기자]

네. 그 이야기를 하려면 지난해 10월, 9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 제주도 남서쪽에 위치한 형제섬 수중 비경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수중 아치들이 천혜의 비경을 품고 있는 곳인데요.

촬영을 위해서 바닷속으로 들어갔는데, 거대한 폐그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얼마나 긴지 끝이 안 보일 정도였고, 또 그물에 물고기들이 많이 걸려 죽어 있었어요.

그때 폐어구의 심각성을 느끼게 됐습니다.

사실 제주하면 많은 분이 아름다운 바다를 생각하잖아요.

해안가로 밀려온 쓰레기는 지자체나 플로깅 활동을 통해서 봉사자분들이 많이 수거해주셔서 깨끗하게 보일 수 있는데, 바닷속 속살은 굉장히 심각하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병들고 있고,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겠다 라는 그런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바닷속 폐어구 실태를 직접 보여주고, 그 심각성을 알리는 방법밖에 없겠다 라고 생각해서 제작하게 됐습니다.

[앵커]

바닷속에 직접 들어가시면서 현장 보셨는데. 어떠셨나요?

저는 인상 깊었던 부분이, 가마우지가 통발에 걸린 물고기를 먹으려고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고 죽은 부분이 충격적이었는데요.

[기자]

네, 저도 여러 사례 가운데 통발에 걸린 가마우지 사례가 잊히지 않습니다.

시각적으로도, 냄새도 굉장히 충격적이었기 때문인데요.

그 사례가 바다에 버려진 폐어구가 왜 위험한지 생생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물고기가 폐어구에 걸리면 그 물고기를 먹으려는 다른 물고기와 새들이 걸려서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발에 들어가서 죽는 새들뿐만 아니라 긴 낚싯줄에 바늘을 여러 개 달아서 고기를 잡는 어구인 주낙에 걸린 새들도 많았는데요.

낚싯바늘에 보면 빠지지 않게 미늘이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바늘을 삼키면 사실상 새들이 스스로 뺄 수도 없어서 대부분 폐사한다고 보면 됩니다.

바닷속 해양생물뿐만 아니라 바다를 기점으로 육상을 오가는 야생조류에 대한 피해가 매우 컸는데요.

이에 대한 피해나 실태조사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입니다.

또 수심 15~20m에서는 연산호 군락을 폐어구가 감고 있는 현장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는데요.

조류나 물고기는 움직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연산호는 움직일 수 없잖아요.

그런 장면이 굉장히 안타깝고 참혹하더라고요.

[앵커]

저는 폐어구에 걸린 새끼 제주남방큰돌고래 종달이도 기억에 남고, 또 바다거북도 폐어구에 걸려 폐사하는 사례도 다뤘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종달이는 다행히 몸을 감고 있던 낚싯줄 일부가 절단됐지만, 구조 과정이 쉽지 않아서 많은 국민이 걱정했었고, 2021년 애월 한담 해안에서 발견된 붉은바다거북 한담이는 왼쪽 앞발이 폐어구에 걸려 절단됐는데, 다행히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났지만 바다로 돌아갈 수 없게 됐거든요.

[앵커]

자연으로 돌아가더라도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죠.

[기자]

네, 맞습니다.

사실 누군가 보기에는 바다거북 한두 마리가 죽은 것 가지고 이게 큰 문제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고래나 바다거북은 지표종이거든요.

그 말은 이 생물들이 겪는 위협은 곧 인간에게도 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에 따르면 2021년부터 3년 넘게 제주 해상에서 죽은 채 발견된 바다거북이 120마리 가까이 됩니다.

이 가운데 20%가 넘는 바다거북의 몸에 폐어구가 달려있었거든요.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은 개체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이 위협이 인간에게 다가올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폐어구로 인해 심각한 해상 안전과 경제적인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고요.

[앵커]

폐어구가 바다에 떠다니면서 선박 동력 장치인 스크루에 감기는 사례도 매우 많이 발생하고 있고, 실제로 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해마다 전국적으로 400건 가까이 선박 감김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상이 좋지 않을 때 스크루가 감기기라도 한다면 배가 꼼짝 없이 움직일 수 없게 되고,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이미 폐어구로 인한 경고와 위협은 바다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유령어업으로 연간 4천억 원 상당의 경제적인 피해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다큐멘터리에 생생한 현장 실태와 함께 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지 진단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번에 다큐멘터리 2부작이 나가고 정부도 발 빠르게 곧바로 대책을 마련했어요.

[기자]

네 지난달 26일이었죠.

한덕수 국무총리가 제46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폐어구 발생 예방을 위한 어구순환관리 대책'을 발표합니다.

해양수산부는 어구가 만들어져 사용되고 버려질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여러 대책 가운데 다큐멘터리에서 조명한 노르웨이의 유실어구신고제도 반영이 됐죠?

[기자]

네, 맞습니다.

저희가 폐어구 정책을 살펴보다가 북유럽에서 처음으로 유실 어구를 수거해온 노르웨이를 알게 돼서 다녀왔는데요.

노르웨이 해양자원법은 잃어버린 어구를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민들이 수거해야 하지만, 할 수 없다면 어디에서, 어떤 어구를, 얼마나 잃어버렸는지를 세세하게 신고해야 합니다.

가까운 바다에서 잃어버린 어구는 해안경비대나 봉사자들에 의해 수거하는데요.

먼바다는 전문 수거선을 띄워 수거합니다.

처음에는 잃어버린 어구를 찾기 위해 많은 인력과 예산을 사용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노르웨이수산청 직원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이 어구를 치우지 않으면 해양생물이 계속해서 죽게 될 거고, 결국 미래세대에 그 이상의 피해를 주게 될 거다.

그때 아차 싶더라고요.

제가 경제적인 논리로만 이 문제에 접근했던 것 같아서 반성하기도 했는데요.

바다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한 어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디에 어떤 어구가 버려져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거든요.

이번에 정부가 유실어구제 도입을 위해서 수산업법을 개정하고 있고, 실제 제도화가 되면 폐어구 수거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 외에도 유실률이 높은 자망이나 통발 어선의 어구 사용량과 폐어구 반납, 처리 장소까지 세세하게 기록하는 어구관리기록부도 도입한다고 했고요.

불법 어구를 즉시 치울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겠다고 밝혔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어구관리기록부는 어구의 전 주기적인 관리를 위해 굉장히 필요하고, 불법 어구 즉시 철거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바다에 방치된 불법 어구는 소유주를 알 수 없어서 곧바로 치울 수 없었거든요.

행정대집행법 절차를 지켜야 해서 수거하는데 두 달 넘게 걸리기 일쑤고, 이 과정에서 어구가 조류에 의해 바닷속으로 유실되는 악순환이 잇따랐는데요.

실제로 이런 제도들이 법으로 규정이 되면 폐어구 발생 예방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제도는 어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핵심인 만큼, 정부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도 함께 고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기자]

우리나라 앞바다에서 조업하는 연근해 주요 업종의 연간 어구 사용량은 16만 9천여 톤에 이릅니다.

이 어구들의 유실률이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24.8%입니다.

어구 4개 중 하나는 바닷속으로 사라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4만여 톤의 폐어구가 발생하는데, 수거량은 절반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바닷속 어딘가에 많은 양의 폐어구가 쌓이고 있다는 뜻인데요.

근본적으로 버려지는 양을 줄이지 못하면 피해는 반복될 수 없다는 게 이번 취재의 결론입니다.

해녀가 폐어구에 걸릴지 두려움에 떨며 목숨 건 조업에 나서고, 선박 스크루에 폐어구가 감겨 전복되거나 침몰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고 현장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저희도 관심 있게 지켜보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문 기자 앞으로도 관련해서 취재 계속 이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문준영 기자 (mjy@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