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쇼 없는 가을, 그런데 어쩌면 로버츠는 홀가분? 다저스는 선발보다 이게 더 무섭다

김태우 기자 2024. 10. 1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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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애리조나와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최악의 피칭 후 주저앉은 클레이튼 커쇼
▲ 커쇼의 부상 이탈은 분명 다저스로서는 악재지만, 오히려 다저스는 마운드를 순리대로 풀어나가며 점차 안정감을 찾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A 다저스 프랜차이즈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를 놓고는 몇몇 선택지가 있겠지만, 범주를 ‘21세기’로 좁힌다면 한 선수의 이름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푸른 피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36)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에이스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은 커쇼는 200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메이저리그를 평정했다.

커쇼는 2014년 21승3패 평균자책점 1.77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와 사이영상을 휩쓴 것을 비롯, 사이영만 세 차례 차지하며 한때 ‘지구상 최고 투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통산 432경기에서 212승94패 평균자책점 2.50에 2968탈삼진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남겼다. 언제 현역을 접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추후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된다는 평가를 받는 커리어다.

그런데 커쇼의 그런 화려한 경력 뒤에 따라붙는 하나의 오명이 ‘가을 부진’이다. 리그 최고의 선수인 만큼 팀의 한 해 농사가 좌우되는 포스트시즌에서의 기대감은 매년 클 수밖에 없었다. 매번 투지에 불타는 커쇼도 사흘 휴식 후 선발 등판이나 선발 등판 후 최소 휴식 후 불펜 등판 등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통산 39경기(선발 32경기)에서는 13승13패로 승률 5할에 그쳤고, 평균자책점은 4.49에 머물렀다. 커쇼답지 않은 성적이다.

물론 커쇼가 매년 못 던진 것만은 아니다. 분명 잘 던진 경기도 있었고, 한 경기를 든든하게 책임진 경기도 있었다. 하지만 하필 가장 중요한 경기나 중요한 순간에 무너지면서 그 안 좋은 임팩트가 기억에 오래 남았다. 2013년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4이닝 7실점) 부진으로 팀이 탈락했고, 2014년에는 디비전시리즈에서 2패를 기록했고, 2017년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수많은 홈런을 맞고 패전을 안았다. 커쇼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엘리미네이션 경기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맞은 선수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중요한 상황에서 유독 안 좋은 임팩트를 주는 이벤트가 많았던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애리조나와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⅓이닝 6실점이라는 망연자실한 성적으로 다시 고개를 숙였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아웃카운트를 단 하나도 못 잡고 5피안타 이상, 5실점 이상을 기록한 최초의 투수가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다저스는 결국 선발진의 붕괴로 애리조나에 3연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이는 다저스가 오프시즌 선발 시장을 쥐 잡듯이 뒤진 하나의 이유가 됐다.

커쇼의 부진을 두고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지만, 어쨌든 위대했던 선수는 맞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다소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이미지가 은퇴 이후에도 기억될 전망이다. 다저스가 지나치게 커쇼에 의존하는 경향도 있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1차전 선발 후 사흘 휴식 후 선발로 낸다든지, 혹은 불펜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미 정규시즌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한 커쇼의 체력이 방전된 상황에서 큰 것을 얻어맞아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한편으로 클럽하우스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하는 커쇼의 등판 의지를 감독 경력이 얼마 되지 않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100% 제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설도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 로버츠 감독이 승부처에서 커쇼를 쉽게 내리지 못하다 경기가 넘어간 경우들이 꽤 많았다. 지난해 디비전시리즈 1차전 또한 커쇼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아 구위가 정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의 경험과 상징성을 너무 과시했다는 비판 여론이 있었다.

▲ 적어도 현시점까지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의 투수 교체는 흠잡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평가다

그래서 커쇼가 부상으로 이탈해 아예 포스트시즌에 나오지 못하는 올해 성적이 관심을 모았다. 2013년 이후 다저스가 커쇼 없이 치른 시즌은 2021년과 올해까지 단 두 번이다. 하지만 정작 커쇼 없이도 마운드가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불펜이 그렇다. 예전 같았으면 1차전 선발로 나선 커쇼가 4차전에 구원 등판하거나 선발로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선수가 없다. 다저스는 철저하게 선발 순번을 지키면서 오히려 불펜데이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1승2패로 몰렸던 샌디에이고와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는 라이언 브레이저를 필두로 한 불펜 투수들이 샌디에이고 타선에 무득점 굴욕을 선사하며 기사회생했다. 현재 다저스는 선발진의 줄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불펜 구색은 괜찮다. 기존 에반 필립스, 블레이크 트라이넨, 다니엘 허드슨, 알렉스 베시아 등 불펜에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마이클 코펙도 영입했다. 그리고 전성기의 커쇼처럼 승부처에 투입하고자 하는 ‘유혹’을 주는 선수도 없다. 오히려 정석대로 불펜 운영을 하고 있는데 결과는 더 좋아진 모양새다. 다저스는 15일 뉴욕 메츠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불펜데이로 승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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