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당 오페라 '운명의 힘' 재공연… 대전 성악가 박성규, 주역 나선다

김민 기자 2024. 10. 1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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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이달 16-19일 열리는 기획 오페라 '운명의 힘'의 홍보물.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예술의전당 기획오페라 '운명의 힘'이 1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해 11월 개막 하루 전날 급작스럽게 공연이 취소되며 물의를 빚었던 대전예당이 올해는 만반의 준비를 끝마쳤다. 대전예당 아트홀에서 이달 16-19일 하루에 한 번씩 총 4차례 막을 올린다. 특히 대전 출신인 테너 박성규(47)가 함께 무대를 꾸려 시민들의 기대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박성규는 레온카발로 국제콩쿠르 1위, 비오티 국제콩쿠르 3위, 잔도나이 국제콩쿠르 1위 마르세유 오페라 국제콩쿠르 1위와 관객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 실력파로 자리잡았다. 현재는 중앙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전 세계 30여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테너 박성규를 만나 '운명의 힘' 공연을 앞둔 소감을 들어봤다.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이달 16-19일 기획 오페라 '운명의 힘'을 재공연하는 가운데 테너 주역을 맡은 박성규 성악가가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대전과 인연이 깊다고 들었는데.

- 대전에서 나고 자랐다. 대전 삼육초등학교와 삼육중학교를 졸업하고 대구로 이사를 갔다. 국내 첫 데뷔무대 역시 대전에서 올랐다. 2008년 대전예당에서 기획한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에 출연했다. 해외에서 인연이 닿았던 연출가와 함께 공연하게 돼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즐겁게 공연했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면 상당히 뜻 깊은 무대였다. 이후 대전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송년음악회를 몇 차례 함께한 적 있는데 다시 대전을 찾은 건 꽤 오랜 만이다.

△이번 공연 '운명의 힘'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 '운명의 힘'은 베르디의 수많은 오페라 중에서도 성악가의 가창력과 섬세한 감정표현 등 고도의 기량을 요구한다. 강렬한 성악적 호소력은 작품을 지탱하는 기둥과도 같다. 오페라 역사상 당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가수들만이 출연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돈 알바로(테너 역)와 레오노라(소프라노 역), 돈 카를로(바리톤 역) 세 명의 주인공은 거역 못 할 운명의 힘에 이끌려 헤어나올 수 없는 비극의 소용돌이로 빠져 든다. 베르디는 이들의 슬픔을 강인하고 장중한 음악으로 표출해 관객을 완전히 압도하는 힘을 보여준다.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이달 16-19일 기획 오페라 '운명의 힘'을 재공연한다. 사진은 테너 주역을 맡은 박성규(앞줄 왼쪽) 성악가가 지난 2022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같은 공연 무대에 오른 모습. 박성규 성악가 제공.

△맡은 배역인 '돈 알바로'는 어떤 인물인지.

- 오페라는 보편적으로 사랑과 배신, 복수를 주요하게 다루는데 이번 '운명의 힘' 역시 마찬가지다. 돈 알바로와 레오노라는 연인 관계다. 하지만 아버지 칼라트라바 후작의 반대로 둘은 몰래 도망갈 계획을 세운다. 운명의 장난인지 이 역시 금방 들통이 나서 돈 알바로는 오발 사고를 내고 후작을 죽이게 된다. 둘은 따로 갈라져 도망치고, 이에 레오노라의 오빠인 돈 카를로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둘의 행방을 쫓는다. 그동안 20여 편의 오페라 주역을 맡았는데 누구를 죽이는 역할은 거의 없었다. 특히 테너 역은 보통 단순한 감정선을 나타내는데 돈 알바로는 여러 가지 감정표현이 섬세하게 표출된다. 당초 1863년엔 이탈리아 로마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돈 알바로'라는 제목으로 공연됐을 정도다.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운명의 힘' 작곡가 베르디의 조국에서 유학했는데.

- 베르디는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오페라 작곡가다. 베르디가 작곡한 '운명의 힘'은 그중에서도 특히 관현악의 조화가 아름답고 극의 전개가 흥미로워 현재까지도 전 세계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동안 참여한 작품이 35개 정도 되는데 이 중 베르디 작품이 15개 이상이나 된다. 내 삶과 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밀라노베르디국립음악원에서 수학할 당시 베르디의 생가와 무덤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베르디의 생가는 현재 은퇴한 음악가들이 살고 있는데, 그분들 앞에서 음악회를 열었다. 베르디에 대한 존중감이 커질수록 그의 작품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이달 16-19일 기획 오페라 '운명의 힘'을 재공연한다. 사진은 테너 주역을 맡은 박성규 성악가가 지난 2022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참여한 같은 공연의 모습. 박성규 성악가 제공.

△관객들에게 짚어줄 만한 관람 요소가 있다면.

- 이번 공연뿐 아니라 오페라를 관람하는 분들께 항상 알려주는 요령이 있다.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인 만큼 포털을 이용해서 전체적인 줄거리를 대충이라도 훑고 오라고 추천한다. 그러면 작품을 감상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보통 해외 작품의 경우 자막을 보느라 가수들의 연기에 집중이 흐트러지는데, 내용을 알고 보면 이해가 쉽다. 3분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공연이 한 차례 무산됐는데 단원끼리 단합은 잘 되는지.

- 혹시라도 단원 간에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면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지난해 함께하지 않았지만, 내용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단원들이 악재를 한번 경험해서인지 일심동체가 돼 열띤 연습을 이어오고 있다. 9월 초 첫 연습 무대에 오른 뒤 매주 하루 6시간씩 꼬박꼬박 참여하고 있다. 추석 전날까지도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해 아쉬움을 떨치고 싶은 열정이 느껴진다. 공연의 질만큼은 장담한다. 기대해도 좋다.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 대전에 삶의 뿌리를 두고 20여 년을 유럽과 남미 등 해외에서 활동했다. 오랜만에 고향 무대에 올라 벅찬 감정이다. 지금은 40대 후반인데, 앞으로도 건강을 챙기며 쌩쌩한 몸으로 꾸준히 공연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대전시민 여러분들도 오페라를 많이 사랑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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