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사원, ‘월성원전 감사 방해’ 대법원 제출 의견서에도 ‘거짓 주장’
감사원이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방해 사건’ 상고심을 앞두고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의 이런 거짓 주장은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감사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업통상자원부 전 공무원들은 이미 지난 5월 전부 무죄를 받긴했지만, 감사원이 대법원에 공식 명의로 제출한 의견서에서조차 거짓말을 한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한겨레가 14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감사원의 대법원 제출 의견서’를 살펴보면, 감사원은 70쪽 분량의 의견서에서 당시 감사를 진행한 감사관이 ‘산업부 공용 웹디스크(모티 디스크·MOTIE Disk)에 있는 ‘월성 원전 1호기 자료’ 문서를 모아놓은 압축파일(Documents.zip)을 열람하지 못했다’며, 원전 감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산업부 사무관이 공용 웹디스크에 이 문서 압축 파일을 올렸는지 여부와 감사원이 이를 열람했는지 여부는 월성 원전 감사 방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다. 감사원은 월성 원전 감사를 앞두고 산업부 공무원들이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1월께 월성 원전 자료 삭제를 의도적으로 삭제하는 등 ‘감사 방해’를 했다며, 관련 공무원들을 재판에 넘긴 바 있다. 하지만 산업부 공무원들은 이 자료들을 압축 파일 형태로 공용 웹디스크에 올려놓은 만큼 감사 방해가 아니라고 맞서왔기 때문이다. 월성 원전 감사 당시 핵심 감사 대상자였던 ㄱ서기관이 육아휴직에 들어간 뒤, 그의 컴퓨터를 물려받은 ㄴ서기관은 ‘사용 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컴퓨터를 폐기했지만, 이 컴퓨터에 있는 파일들을 ‘다큐먼츠.집’이라는 압축 파일 형태로 공용 웹디스크에 올려놨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1심 당시 감사에 참여했던 ㄱ감사관의 입을 통해 “산업부 공용 웹디스크에 접속해서 확인해 봤으나 자료가 텅 비어 있었다”(2022년 4월5일 1심 재판부가 교부한 ‘증인신문 녹취서’ 내용)고 주장했다.
또 상고심을 앞둔 지난 3월27일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도 감사원은 “모티 디스크(공용 웹디스크)에서 ‘다큐먼츠.집’(Documents.zip) 파일을 열람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는가 하면, “감사관은 (산업부) 사무관 ㄴ 개인의 ‘아이디(ID)/패스워드(PW)’를 부여받지 못했다”며 공용 웹디스크 자체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용 웹디스크에 접속하지 못했다’는 이 주장은 1심 재판 당시, 감사원의 증언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반면 산업부가 재판부에 제출한 회신서를 통해 드러난 사실 관계는 감사원의 주장과는 달랐다. 2021년 8월 재판부에 제출된 회신서에는 감사관이 “2020년 1월8일 16시44분부터 18시12분 사이 상설감사장 컴퓨터(PC)에서 (산업부) ㄴ사무관 계정(ID)을 통한 ‘다큐먼츠.집’ 파일 열람 기록이 5건 확인되므로, 감사관들이 ‘다큐먼츠.집’ 파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명시돼 있다.
2심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수용해 “중요 문서 상당수는 이미 산업부 내의 관리시스템에 등록돼 있었다”며 산업부 공무원들의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한편, 감사원은 탈원전 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감사 대상자들을 상대로 인권 침해적인 감사를 해온 것으로도 드러났다. 감사대상자였던 문신학 전 산업부 국장이 2020년 9월 감사원에 낸 소명서에서 “사무처 사전 시나리오에 어긋나는 진술은 문답서에 미반영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문 전 국장은 “실제 답변과 달리 문답서를 사무처 논리에 맞춰 각색 및 날인 유도 강요했다”거나 “민형사상 책임을 수시로 언급하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도 했다.
김용민 의원은 “감사원이 정치적 감사로 없는 잘못을 만들다 보니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을 발표했다”라며 “감사원은 잘못된 감사를 지시하고 행한 사람들을 처벌하고,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런 지적에 대해 “(오는 15일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겠다”고만 답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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