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폴리시, 최고 정책전문가가 말한다] 이시바 내각의 탄생과 한일관계

2024. 10. 1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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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진 K정책플랫폼 국제관계 연구위원·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지난 9월 27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승리하였다. 그는 1986년에 최연소 중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12선 경력의 베테랑 정치인이었지만 4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마침내 자민당 총재, 그리고 일본의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가 일본의 전쟁 책임 문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으며, A급 전범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해 왔다는 사실이다.

일본 총리의 역사인식과 관련된 정책은 한일 양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물론,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 간에 세 번의 단독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한일관계가 새로운 기반 위에 놓였으므로 이시바 총리로서는 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은 적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이시바 총리는 지난 10월 4일 내각의 중요 정책 방향을 밝히는 소신표명 연설에서 미일 동맹에 이어 한일 관계를 거론하면서 한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한편, 이시바 내각은 쉽지 않은 국내 정치적 상황에 놓여 있다. 이시바 총리는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파벌을 갖지 않으며, 자민당 내 '야당'으로 평가되는 등 정치 기반이 공고하다고 할 수 없다. (이는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에서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결국 그의 당선은 기시다 전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의 지지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총리가 된 이상 더 이상 당 내 야당도 아니며, 당 내 역학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의원 시절과 총리대신으로서의 발언과 행동이 반드시 같을 수는 없겠지만, 원리원칙주의자 이미지가 강한 이시바 총리의 경우 그 간극이 두드러지면서 벌써 국내적으로 많은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중의원 해산과 '뒷돈' 받은 정치인들 공천 여부는 연일 논쟁이 되고 있다.

선거 직후 자민당 내부의 균열도 감지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결선투표에서 경쟁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상, 이번 총재선거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한 역시 전 경제안보상인 코바야시 타카유키(小林鷹之)가 이시바 내각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시바 총리가 당선 후 자민당내 보직을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한 것인데,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벌써 차기 총재 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다카이치는 무파벌이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정치적 후계자로 평가되어 왔으며, 코바야시는 아베파는 아니지만 아베파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 둘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결국 이시바 총리의 자민당 통제와 장악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에 더해 이시바 총리가 국회의원으로서 주장해 온 이른바 '아시아판 나토'와 미일지위협정 개정 및 괌 등에 대한 자위대 훈련 시설의 건설, 핵 공유론 등도 논쟁이 되고 있다. 이는 이시바 총리의 소신표명 연설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만큼 정책으로 추진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그의 주장 일부가 미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의 기고문에 총재 당선 당일에 실리면서 미국 내에서도 이에 대한 경계심이 감지되고 있다. 대체적으로 '아시아판 나토'에 대한 부정적인 논조가 강하다.

현재의 한일 관계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3국 정상의 정치적 의지에 추동되고 있다. 이는 국제질서에 따른 3국의 이해가 원칙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 이시바 내각의 미래는 오는 10월 27일 중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분명해질 것이므로 '이시바색' 정책이 전개될 것인지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단계이다.

이시바 내각의 정치적 안정성과 그의 외교정책 방향은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유지해 나가는 데 있어서 공고한 한일 관계가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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