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선 조직 없다" 대통령실 해명, 金여사 의혹 불식에 미흡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3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14일 "(대통령실에) 공적 업무 외에 비선으로 운영하는 조직 같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실의 라인은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라며 "최종 인사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가까운 인사들이 대통령실 내에서 비선 역할을 하고 있다며, '김건희 라인' 인사 청산을 요구한 데 대한 반응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통령실의 해명은 미흡하다.

한 대표는 최근 연일 김 여사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날도 "(김 여사)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들이 오해하고 기정사실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앞서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선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하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 대표와 가까운 국힘 친한계는 대선 과정서 윤 대통령 내외를 돕거나 수행했던 인사들 가운데 7명의 비서관·행정관들이 김 여사와 직간접 소통하며 정책이나 인사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명단도 암암리에 나돈다. 한 대표의 이런 행보에 대해 대통령실은 속으로 분노하고 있는 모습이다. 친윤계 의원들은 지지율 하락을 대통령실 탓으로만 돌린다며 재보선에 패배할 경우 희생양 찾기 아닌가로 의심하고 있다. 소수당으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당정, 그리고 친윤과 친한 의원들로 갈라져 쌈박질을 하는 것은 공멸로 이를 수 밖에 없다. 명태균, 김대남 사건에서 보듯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수많은 선거 불나방들이 과장과 허풍으로 자신의 공로를 주장하는 게 예삿일이라곤 하지만 명씨와 김씨의 잇따른 폭로성 발언은 진실 여부를 가릴 필요가 있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 결정도 앞두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국힘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것은 항간에 김 여사 의혹이 난무하는 탓이 크다. 오직 윤 대통령만이 김 여사 논란을 풀 수 있다. 다음주초로 예상되는 한 대표와의 독대에서 마음을 터놓고 국정 난맥상을 풀어갈 길을 찾아야 한다. 이와 함께 제2 부속실 설치, 대통령 친인척 등의 비위 행위에 대한 감찰을 담당하는 특별감찰관 임명 등의 조치도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 그게 자신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들에 대한 예의이자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