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증가 이어 결혼·출산인식 긍정 변화…"반등세 살려야"
7월 출생아 증가엔 "하락추세 중단 주목해야"…'코로나 기저 효과' 시각도
여성 혼인·출산의향, 남성보다 낮아…"여성일자리 해결해야 출산율 반등"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지난 7월 출생아 수가 증가한 데 이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청년세대의 인식이 개선됐다는 인식 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저출생 탈출'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코로나19 기간 침체한 혼인율과 출산율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나타난 기저효과라면서도, 출생률이 떨어지는 추세가 멈춘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이러한 반등 추세를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여성 일자리 문제 해결과 일·가정 양립 노력 등 더욱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30대 여성 10명 중 6명 "결혼 생각"…6개월만에 11.6%P 높아져
14일 저출산위가 공개한 '결혼·출산·양육 및 저출생 대책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30대 여성은 60.0%로 지난 3월 조사(48.4%)보다 11.6%포인트(P) 높아졌다.
저출산위는 지난 3월 전국 25∼49세 국민 2천11명을 대상으로 결혼·출산·양육에 관한 인식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지난 6월 정부의 저출생 대책 발표 이후 국민 인식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전국 25∼49세 국민 2천592명을 대상으로 다시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저출산위에 따르면 미혼남녀의 결혼 의향은 65.4%로, 지난 3월(61.0%)보다 4.4%포인트 높아졌다.
자녀가 필요하다고 인식한 25∼29세(20대 후반) 여성은 48.1%로 지난 3월(34.4%)보다 무려 13.7%포인트 높아졌다. 자녀 필요성에 동의한 25∼29세(20대 후반) 남성은 60.7%로 3월(51.0%)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무자녀 남녀의 자녀 출산 의향은 3월 조사 대비 5.1%포인트 증가했다.
성별·연령대별로 보면 20대 후반 무자녀 남성의 51.5%가 출산 의향이 있다고 밝혀, 지난 3월(43.3%)보다 8.2%포인트 높아졌다.
30대 무자녀 여성은 35.7%가 자녀를 낳을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3월(30.9%)보다 4.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주형환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올해 3월 조사 때보다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결혼 의향이 높아졌다"며 "지난 6월 정부의 저출생 대책 발표와 매달 열린 인구비상대책회의 등 범국가적인 노력이 국민 인식에 조금씩 변화를 가져온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출생아 수도 늘어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7월 출생아 수는 2만601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천516명(7.9%) 늘었다.
7월 출생아 증가 폭은 동월 기준 2012년(1천959명 증가) 이후 12년 만의 최대치다.
전문가들 "20·30대 인식 바뀌고 있어"…"통계 해석 유의해야" 의견도
저출산위가 공개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1∼2년 전부터 청년층을 지원할 수 있는 주거와 대출, 돌봄 관련 정책을 발표하면서 그 효과가 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유 교수는 "최근 20∼30대를 인터뷰해 보면 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꼭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느끼고 있다"며 "예를 들어 몇 년 전만 해도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커플 매칭 사업에 대해 비판 일색이었는데, 최근에는 호의적으로 반응이 많이 바뀌었다" 말했다.
하지만 저출산위 조사 결과 3월에 비해 9월에 결혼과 출산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이 개선된 것은 표본이 바뀐 결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식이라는 것은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설문조사는 설문하는 샘플(표본)의 차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저출생에 대한 국민 인식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이 결과를 의미 있는 변화로 이해하려면 지난 6개월간 어떻게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변화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지난 7월 출산율 증가에 대해서는 "출생률이 계속 떨어졌는데 내려가는 추세가 멈췄다는 것만으로도 주목할만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생률이 1∼2년 정도 계속 올라가면 반등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아주 낮은 기저에서 1∼2달 정도 올라간 것으로 반전이라고까지 하기는 어렵다"며 앞으로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언 교수는 "몇 년간 출생률이 늘어난 적이 거의 없었는데 아무리 기저효과라고 해도 3∼4달 전부터 출생아 수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코로나19 기간 줄어든 결혼과 출산이 다시 늘어나면서 마치 출산율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 '기저효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7월 출생률 증가는 코로나 효과로 반짝 반등한 것일 수 있다"며 "작년보다 출생아가 1천500명 늘어났다고 해서 출생률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결혼 원하는 여성, 남성보다 적어…"여성 일자리 문제 해결해야"
20·30대 여성의 결혼 의향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결혼을 원하는 여성은 여전히 남성보다 절대적으로 적다.
저출산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기준 결혼 의향이 있는 20대 후반 여성은 57.3%로, 같은 연령대 남성(76.5%)보다 훨씬 비율이 낮았다.
30대도 여성은 60.0%만이 결혼 의사가 있다고 밝혀 동년배 남성(74.8%)보다 훨씬 그 비중이 작았다.
출산 의향에 있어서도 남녀는 큰 차이를 보였다.
9월 기준 무자녀 남녀 중 출산 의향이 있는 20대 후반 여성은 28.1%에 불과했지만, 남성은 51.5%였다. 30대는 여성 35.7%, 남성 49.0%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결혼과 출산에 따른 부담을 지는 사회적 구조를 개선해야 저출생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철희 교수는 "우리나라 여건상 결혼에 따른 손해는 여전히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크다"며 "특히 여성은 결혼하면 남성에 비해 몇 년 안에 임금이 30∼40% 떨어지는 등 결혼에 따른 페널티가 크다"며 "육아휴직 지원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태 교수는 "한국은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해 남성은 반드시 서울이 아니더라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만, 여성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며 "여성들이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경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이 너무 심하면 생존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에 경쟁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업이 수도권에 쏠린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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